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2000년대 초반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이 '유럽의 기관차'로 성장한 배경에는 독일 제조업의 부활이 자리 잡고 있다.
당시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제조업의 시대는 갔다'며 서비스산업 투자를 늘리는 동안 독일은 제조업 르네상스를 실현하기 위한 구상에 나섰다. 원동력은 자동차, 기계, 화학, 전자 등 독일의 고부가가치 주력산업에 대한 집중투자와 정부의 지원이다.
독일의 사례는 신성장동력 육성도 중요하지만, 제조업과 같은 주력산업을 함께 성장시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 단순히 제조업 자체를 유지하기 보다는 제조업의 고부가치화 및 차별화가 새로운 성장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진즉퇴(不進則退‧전진하지 않으면 퇴보한다)'로 대변되는 치열한 경쟁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수많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를 무릅쓰고 무작정 신(新)산업을 추진하기보다 기존 주력사업 속에서 캐시카우를 발굴, 안정성과 실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공개한 제네시스 EQ900를 통해 제품 고도화를 통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EQ900는 지난 2004년 1세대 제네시스 개발 시점부터 10여년간 끊임없는 담금질 끝에 탄생한 결과물로 최강의 기술력이 담겨 있다. 현대자동차는 다년간 제품에 끊임없이 기술력을 입히며 글로벌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 진출을 위한 성공적 발판을 마련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그룹은 올해도 가장 많은 자동차를 판매하며, 4년 연속 글로벌 자동차 판매 1위 자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도요타의 견조한 성장 배후에는 가격과 기술 경쟁력이 자리잡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 3년 동안 생산비용의 30%를 절감했고, 이 비용을 신사업에 투자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다. 또 '기술만이 승리한다'는 원칙을 앞세운 꾸준한 기술 경쟁력 확보로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후지필름은 기존 필름 시장에서 확보한 역량을 기반으로 새로운 캐시카우를 발굴하는 데 성공한 대표적 기업이다. 디지털 카메라, 스마트폰 카메라 출시와 함께 위기를 맞았지만, 필름 제조에 사용하던 콜라겐 활용 기술이나, 사진의 변색을 막는 황산화 기술 등을 디스플레이 소재와 화장품‧제약 산업에 활용하면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철강업 불황 속에서도 원가절감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수익성 확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포스코는 이같은 기조를 올해도 이어간다. 포스코의 고부가가치 전략은 원가절감과 병행돼 당분간 기업의 지속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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