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술 취한 상태에서 범죄 발생 위험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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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2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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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다사랑중앙병원]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남편이 술에 취해 갑자기 칼을 들고 저를 위협했어요. 급하게 도망치느라 신발도 제대로 못 신고 뛰쳐나왔어요...”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실제 며칠 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알코올 전문 다사랑중앙병원으로 다급하게 걸려온 상담 내용이다.

연말연시, 누군가에게는 한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느라 설레고 행복한 시간이 이처럼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위협 받을 만큼 무섭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수 있다. 바로 술 때문이다.

지난 10월 경찰청에서 발표한 ‘2014 범죄통계’ 자료에 따르면 폭력은 전체 발생건수의 42.5%, 살인은 29.8%, 강간은 27.2%가 홧김에, 충동적으로, 계획 없이 우발적인 동기로 발생했다. 특히 세 범죄 모두 범죄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비율이 매우 높았는데, 폭력은 33.9%, 살인은 22.6%, 강간은 30.4%나 주취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이무형 원장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죄가 발생한 경우가 높게 나왔다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면서 “술을 마시면 논리적 판단을 도와주는 전두엽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돼 사람들이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성적,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 평소 제한하고 있던 여러 욕구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는데, 긍정적으로 나타나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부정적으로 나타나게 될 경우 싸움이나 다툼, 심하면 범죄로까지 연결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다사랑중앙병원에는 연말연시를 앞둔 12월에 다급하게 가족의 알코올 중독 치료에 대해 문의하는 상담 전화가 전달 대비 1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대부분 주말이나 크리스마스와 같은 휴일에 가족들과 함께 기분 좋게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폭력적인 언행이나 과도한 공격성을 보인 경우가 많았다.

흔히 알코올 중독자라고 하면 폭력이나 강도, 살인 등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일부 심각한 사례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벼운 술주정이 반복된다거나 술로 인해 주위 사람이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느끼는 사소한 경우 역시 알코올 중독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이무형 다사랑중앙병원장은 “과음을 계속할 경우 알코올 성분이 뇌의 전두엽을 손상시켜 감정 조절이나 충동 조절 능력을 떨어뜨리게 되는데, 이로 인해 쉽게 흥분하거나 폭력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다”며 “지속적인 뇌손상이 발생하면 처음에는 같은 말을 반복한다거나 목소리가 커지고 가벼운 욕설을 하는 수준으로 나타날 수 있으나 심해지면 폭언이나 폭력의 단계로까지 발전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연말연시, 즐겁게 한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모인 모임의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다면 술자리에서 보이는 주사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만약 주변에 술을 마시기 전과 후의 행동이 달라지거나 폭언이나 폭력 등과 같은 심한 주사를 부리는 사람이 있다면 더 이상 술을 마시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만약 술을 더 이상 마시지 못하도록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잠시 장소를 피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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