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흑인 10대 용의자에게 16차례나 집중 총격을 가해 사살한 미국 시카고 시경 소속 백인 경관이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CBS는 29일(현지시간) 흑인 절도 용의자 라쿠안 맥도널드(17) 총격 사살 사건과 관련, 1급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제이슨 반 다이크(37) 경관이 일리노이 주 쿡카운티 형사 법원에서 열린 심리에 출석해 범죄 혐의를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반 다이크 경관은 작년 10월 시카고 남부 트럭 터미널에서 소형 칼을 이용해 절도를 시도한 맥도널드에게 16발의 총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
CBS는 반 다이크 경관이 항의 시위대와 격려를 보내는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법정에 들어섰다고 전했다. 이번 재판은 높은 관심도를 반영해 TV로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담당 판사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 자리에서 변호인은 "시카고 시 당국자들이 반 다이크 경관에게 이미 살인자 딱지를 붙이고 해악을 끼치는 존재로 몰아붙이면서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면서 "공정한 판결을 위해 시카고 법원이 아닌 제3의 사법기관에서 재판을 받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반 다이크는 "생명에 위협을 느껴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 순찰차 블랙박스에 녹화된 동영상을 통해 맥도널드가 위협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건은 시카고 당국에 의해 은폐 시도됐다가 사건 발생 1년여 만인 지난 달 현장 동영상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전국적인 파문을 불러일으켰고, 반 다이크 경관 기소로 이어졌다.
검찰은 시카고 시 당국의 동영상 공개를 불과 수시간 앞두고 반 다이크 경관을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고, 이매뉴얼 시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자신의 오른팔 역할을 해온 게리 맥카티 경찰청장을 전격 경질했다.
그러나 이매뉴얼 시장이 정치적 목적으로 검·경의 도움을 받아 동영상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민은 람 이매뉴얼 시장 등 최고 책임자들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특히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에 대한 주민들의 퇴진 요구가 시간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내고 지난 2011년 시카고 시장에 오른 이매뉴얼시장이 재선 7개월 만에 주민소환 위기에 처했다.
이매뉴얼 시장은 지난 9일 시의회 연설을 통해 주민들의 불만과 불신을 인정하고 눈물로 사과했으나 민심을 달래지 못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