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박병원 경총 회장(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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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3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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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경총 제공]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사진)은 신년사를 통해 노동시장 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법안읜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신년사 전문.

2016년 新年辭 친애하는 경영자와 근로자 여러분!

201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전국의 모든 경영자와 근로자분들께 희망찬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당초의 기대와 달리 성장률이 2%대 후반에 그치는 등 힘겨운 한 해를 보냈습니다. 특히 메르스(MERS) 사태로 내수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대외적으로도 글로벌 교역규모 축소, 중국 경제성장 둔화, 엔저현상 지속 등의 영향으로 수출마저 감소세로 전환되었습니다.
이같은 경제성장의 둔화는 일자리 창출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정부와 기업을 비롯한 각계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용률이 65% 수준에 머무르는 등 고용 상황이 별로 나아지지 못했습니다.

올해도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등 불안요소는 지속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대내적으로도 1,200조원에 근접한 가계부채 관리를 잘 관리하면서도 소비 위축을 막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전국의 경영자와 근로자 여러분!

지난해 우리는 노동개혁을 하지 않으면 청년일자리 창출도,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도 어렵다는 절박한 위기의식 하에 17년만에 노사정대타협을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9.15 노사정 합의를 실천에 옮기기 위한 노동개혁 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동개혁 법안은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으로 가는 첫 걸음을 내딛는 것에 불과한 데, 그것조차 안되고 있습니다.

전국의 경영자와 근로자 여러분!

노동시장 개혁은 경영자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근로자 자신을 위한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합니다.

올해부터 300인 이상 기업의 정년이 60세로 연장됩니다. 많은 기업들이 정년연장에 대비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임금피크제는 우리 기업과 근로자가 지향하는 최종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변화된 노동시장의 패러다임에 걸맞는 『임금체계 개편』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회사에 오래 다닐수록 높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버릴 때입니다. 나이나 근속연수와는 상관없이 모든 근로자가 자신의 노력과 성과에 부응하는 공정한 보상을 받는 임금체계가 자리 잡아야 합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처럼 직무‧성과중심 임금체계가 정착된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일할 능력이 있고 더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계속 근무할 수 있게 되고, 선진국처럼 정년도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경직적이고 획일적인 임금체계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능력있는 근로자가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봉쇄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기간제와 파견근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 노동개혁 입법의 국회 통과가 무산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간제법과 파견법에 대한 논란 때문이었습니다. 노동계와 야당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확대 등이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주장이 과연 기간제 근로자, 파견근로자, 나아가 취업준비생 등 당사자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2014년 12월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기간제 근로자의 84%가 현재(2년)보다 사용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53%는 “기간 제한 없이 일하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자신에게 어떤 제도가 이익인지는 당사자 본인이 가장 잘 압니다. 당사자의 입장이 충실히 반영되는 방향으로 법·제도 개선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유연한 노동시장에 대한 오해도 해소되어야 합니다. 노동시장 유연화는 쉬운 해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고용노동부의 취업규칙 관련 지침과 성과 중심 인력운용 방안은 해고에 대한 그간 법원 판결을 재확인 하고 체계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해고를 하고자 할 때 절차와 기준을 철저하게 지키라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함부로 근로자들을 해고하지 못하게 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경영자들은 해고가 어려운 현재의 체제가 고착화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침의 시행으로 “쉬운 해고가 가능해져 수 백 만 근로자의 대량해고 사태가 우려된다”는 일각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전국의 경영자와 근로자 여러분!

노동시장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일자리가 생기지 않습니다. 노동시장 개혁은 일자리 창출의 필요조건일 뿐입니다. 글로벌 시장의 변화에 걸맞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일자리 창출의 충분조건이 될 것입니다. 이미 글로벌 경제의 중심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했습니다.

우리는 제조업과 수출을 중심으로 세계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조업만 가지고는 더 이상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합니다. 제조업을 세계 최강의 반열에 올려 놓은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해야 합니다. 과감한 대외개방 등 경쟁촉진 정책, 끊임없는 고부가가치 추구 등 제조업의 성공전략을 서비스업과 농업에도 그대로 접목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서만 고용절벽을 해소함은 물론, 제2의 경제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 병신년(丙申年)은 지혜롭고 다재다능한 붉은 원숭이의 해라고 합니다. 모든 경제 주체들이 지혜를 발휘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부디 새해는 경영자가 마음껏 투자할 수 있고, 근로자가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으며, 청년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16. 1. 1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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