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자동차그룹에도 계열사 합병 이후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내년 1월 1일까지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으로 생긴 881만주의 추가 출자분을 처분해야 한다. 지난 29일 종가 기준으로 4607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30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4일 현대자동차그룹에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으로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당시 공정위는 삼성그룹에 대한 결정이 신규 순환출자를 전면금지한 개정 공정거래법이 지난해 7월 시행된 이후 적용되는 첫 사례라고 설명했었다.
개정 공정거래법은 자산이 5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의 경우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거나 기존 고리를 강화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합병으로 새로 생기거나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에 대해선 6개월 내에 해소토록 유예기간을 주고 있다.
삼성그룹에 주어진 유예기간은 3월 1일이라 두 달여 남았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경우 통합현대제철의 출범일이 7월 1일이기 때문에 올해 안에 문제로 판단된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현대제철(존속법인)과 현대하이스코(소멸법인)의 합병으로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6개에서 4개로 줄었다.
그러나 2개 고리의 순환출자가 강화됐기 때문에 현대차(574만6000주·4.3%)와 기아차(306만3000주·2.3%)가 각각 추가 취득하게 된 통합현대제철 주식 881만주를 팔아 순환출자 고리를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현대차그룹이 기한 내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공정위는 주식 처분 명령 등 시정조치와 함께 법 위반과 관련한 주식 취득액의 1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계열 출자회사 대표를 검찰에 고발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유예기간을 일주일 앞두고 현대차그룹에 주식 처분을 통보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일주일은 4000억원이 넘는 주식의 매각 대상은 물론 매각 주간회사도 선정하기에 촉박한 시간이어서 현대차그룹이 유예 기간 내에 해당 주식을 처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이 유예 기간을 지키기 위해 주식 처분을 단행할 경우에는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등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곽세붕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현대차그룹이 올해 10월 26일에 순환출자 관련 질의를 해왔다"며 삼성그룹 문제와 함께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유예기간 연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이지만 공정위는 이와 관련한 조항이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연장해 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다만 주식 처분이 지연되더라도 제재 여부를 결정하는 전원회의에서 전반적인 사정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곽 국장은 "전원회의가 열리면 현대차그룹이 소명하게 될 텐데, 주식 처분 기간이 짧았던 점 등을 감안해 시정명령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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