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라 각 기업의 상황에 맞춰 살릴 기업은 살리고, 어려운 기업은 신속하게 정리해 경영정상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개정안 처리 지연에 따른 관련 법안 공백을 막기 위해 금융사들과의 협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30일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 19곳을 추가로 선정해 발표했다. 앞서 상반기 실시한 정기 신용위험평가 경과를 포함하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모두 54개사로 전년 대비 20곳이나 늘었다.
◆ "살릴 기업은 살리고 어려운 기업은 신속히 정리"
C~D등급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잠재적으로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돼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우선 B등급에 포함됐지만 부실 우려가 있어 자체 경영개선 프로그램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23곳에 대해 증자·자본유치·계열사 지원·인수합병·자산매각 등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자구계획 이행 실적을 점검·관리한다.
구조조정에 따른 협력사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워크아웃 진행 기업의 정상화 계획이 수립되기 전까지 협력업체에 대한 B2B 대출의 상환유예가 원할히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키로 했다.
또 금감원은 내년부터 신용위험평가 대상에 완전자본잠식 기업을 추가하는 등 기업 구조조정 관련 제도를 개선한다. 아울러 은행권과 공동으로 성과평가기준(KPI) 개선 방안을 마련해 구조조정 추진에 따른 영업점 평가 불이익을 구조조정 노력 정도를 감안해 경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 기촉법 일몰 따른 공백 최소화
특히 금감원은 기촉법이 연말 일몰됨에 따라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한다. 워크아웃의 근거법인 기촉법을 상시화하는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어 사실상 올해 내에 국회를 통과하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기촉법 공백으로 구조조정 작업이 원할하지 않았던 전례가 과거 두 차례 있었다.
기촉법이 처음 실효됐던 2006년 1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현대LCD, VK, BOE하이디스, 현대아이티, 팬택, 팬택앤큐리텔 등 총 6개 기업이 자율협약을 통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하지만 팬택 및 팬택앤큐리텔만 2009년 양사 합병으로까지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됐을 뿐, 나머지 4개사는 채권단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시장 자율의 구조조정이 실패하고 법정관리로 넘어갔다.
2011년 1월부터 5월까지 2차 실효 기간에도 삼부토건, 동양건설 등 다수 건설업체가 자율협약에 들어갔지만 채권단간의 비협조로 시장 자율 구조조정이 무산된 바 있다.
금감원은 이같은 혼란이 재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촉법 재입법을 추진하는 한편 금융권 자율로 기촉법 절차에 준하는 '기업구조조정 운영협약'을 마련해 구조조정 업무의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금융권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채권금융기관 자율의 기업 구조조정 운영협약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기촉법에 준하는 절차를 그대로 적용해 나가겠다는 취지다.
다만 채권금융기관이 운영협약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할 경우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촉법은 채권단 가운데 75%의 찬성만 있으면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지만 협약은 채권기관 참여를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 정부, 취약 업종별 구조조정 추진 방안 마련
한편, 정부는 이날 조선·해운·건설 등 취약업종별로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았다.
우선 해운업에 대해 현재의 선대 구조로 근본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선사의 장기적인 존립을 위한 '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민관합동으로 선박 펀드를 만들어 나용선(BBC) 방식으로 선박 신조를 지원한다. 나용선은 용선 종료 시 소유권이 선박펀드에 있어 해운사가 매각이나 선가 하락에 따른 위험부담을 지지 않고 운용리스로 회계처리를 하는 방식이다. 부채비율에 영향이 없어 해운사가 선호한다.
조선업은 산업 전반의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경쟁력 없는 부문을 축소하는 '다운사이징'에 돌입한다. 대형사와 중견사 모두 경쟁력이 없는 부문은 축소하고, 업체별로 경쟁력 있는 부문에 특화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이외에 석유화학과 철강 업종의 일부 공급과잉 부문도 설비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한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비생산적 자금 흐름을 차단해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적극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최대한 신속히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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