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올해부터 주 내에서 제조한 제품이 가공공정기준이 90% 이상이면 ‘미국산’ 제품으로 인정한다.
‘가공공정기준’은 불완전생산품에 대한 원산지 결정기준 중 품목별 기준의 한 종류로써 역내에서 정한 생산공정을 거쳐야 원산지 물품으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제리 브라운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최근 자국산 임을 증명하는 ‘메이드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 원산지 표기 규정을 완화하는 SB633 법안에 서명해 캘리포니아에서 생산, 판매 및 판매 예정인 모든 제품에 대한 원산지 표기 규정이 완화됐다.
SB633 법안은 공정과정과 부품 사용에 있어 90% 이상이 미국산을 사용하고,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제품들에 대해 ‘Made in USA’ 표기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2016년부터 적용된다.
캘리포니아 주의 기존 원산지 표기 규정은 미국 내 다른 주보다 엄격했는데, 심지어 미 연방정부의 규정보다 더 까다로웠다. 연방정부의 원산지 표기 기준은 ‘모든, 또는 거의 모든(all or virtually all)’ 공정과정이 미국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해외생산부품 사용이 미미해야(negligible) 한다고 되어 있다.
반면 캘리포니아 주는 SB633 법안 발효 이전까지 ‘제품과 부품 모든 부분에 있어 전부 미국에서 생산 또는 제조(the products and all articles, units and parts thereof has been entirely or substantially made, manufactured or produced in the United States)’ 돼야 ‘미국산’ 표기가 가능한 기준을 유지해왔다.
법안이 발효됨에 따라 캘리포니아 주의 원산지 표기 기준은 연방정부와 비슷한 수준으로 적용되며, 수입산 부품 및 원자재 사용으로 캘리포니아 판매 제품에 ‘Made in USA’ 원산지 표기를 활용할 수 없었던 생산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미국선 애국 마케팅 확산중
‘미국산’ 원산지 표기 여부는 미국 시장에서 제품 판매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미국은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기침체가 심화되자 국산품을 구매하자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운동이 확산됐다. 소비자들이 ‘Made in USA’ 제품을 소비하면 자국 내 일자리가 지속되는 한편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미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이 높음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Buy American’ 운동은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제품에 애국심을 강조하는 미국 성조기와 ‘자랑스러운 미국산(Proudly Made in the USA)’,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은 미국산(Made in America, Sweatshop Free)’ 등의 문구를 사용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보스턴컨설틴그룹(BCG)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 소비자 중 80% 이상이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에는 추가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Made in USA’ 제품이 결과적으로 우수하고 자국 내에서 고용을 창출한다는 애국심이 작용한 결과로, 응답자들은 품목별로 차이는 있으나 8~63%까지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주요품목별로는 신발 8%, 휴대폰 30%, 유아용 장난감 63% 등이었다.
또한, 미 소비자 중 93%는 미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로 ‘자국 내 고용창출’을 꼽았으며, 80%는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애국심의 표현이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미국 기업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특히 대형 유통사인 월마트는 2013년 당시, 향후 10년 동안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로 구매하겠다는 ‘Buy Made in USA’ 캠페인을 발표했다.
◆TPP 발효 후 미국산 제품 구매 성향 더 강해질 듯
한편, 캘리포니아 주의 규정 완화로 원산지 표기가 어려웠던 산업들, 특히 로스앤젤레스(LA) 기반의 자바시장을 중심으로 그동안 위축됐던 의류업계들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바지 등 의류제품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원단, 실, 지퍼, 단추 등의 부재료 등은 수입산 제품이 사용돼 미국에서 봉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LA 자바 시장을 중심으로 발전한 프리미엄 청바지 업체들은 일본이나 이탈리아산 원단을 수입해 LA에서 재단 및 봉제 과정을 거쳐 'Made in USA'로 표기했다가 기존 캘리포니아 원산지 표기법 위반으로 제소되기도 했다. 해당 소송은 아직 진행되고 있으나 업계는 완화되는 캘리포니아 원산지 표기법 기준으로 미국 내에서 생산된 의류의 기본가치 상승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코트라는 다만, 캘리포니아 주의 원산지 표기 규정 완화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원단, 양털(wool) 제품과 모피(fur) 제품에는 별도의 미국산 함유량(U.S. Contents) 규정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제품에 부착된 ‘Made in USA’ 원산지 표기가 실질적인 마케팅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들에 이어 메가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발효되면 관세철폐 혜택을 받은 베트남 등 TPP 가입국들의 제품이 미국 내로 대거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산 제품은 프리미엄 상품으로 인식돼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기업도 수혜, 원산지 규정 살펴봐야
미국 소비자들도 미국산 제품에 비용을 더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캘리포니아 주 원산지 표기 규정 완화는 미국산 제품 소비에 더욱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원자재 사용에서 수입산 의존도가 높은 의류, 자동차 생산업에 활력이 될 것으로 수입산 제품 사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도 이번 조치의 수혜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한국에서 수입한 부품으로 미국에서 조립해 ‘미국서 임가공 또는 보세가공무역(Assembled in USA)’ 표기를 해왔던 제품들도 앞으로는 수입산 분량이 10% 미만이라면 ‘Made in USA’ 표기가 가능하다. 코트라는 각 기업들이 제품별 원산지 표기 규정 및 미국산 함유량 표기 규정 준수 여부를 미리 확인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