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선마술사(감독 김대승·제작 위더스필름·제공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의 개봉일인 지난해 12월30일 아주경제와 만난 그는 며칠 간 진행된 인터뷰에도 불구, 지친 기색 없이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번 촬영이 유독 고생이 많았어요. 무대 장치나 소품이 판타지스러운 것들이 많아서 준비만 3년 했거든요. 함께 고생하다 보니 스태프들의 고생이 더 가깝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다 같이 만들었지만 제가 대표로 말씀을 드리다 보니 더 절박하게 보이는 것도 있는 것 같고요.”
영화는 조선 최고의 마술사를 둘러싼 사랑과 대결, 운명을 거스르게 되는 로맨스를 담은 사극이다. 극 중 고아라는 환희(유승호 분)와의 만남으로 운명을 거스르려는 공주 청명 역을 맡아 열연했다. 청명은 조선 후기 의순 공주를 모델로 역사와 픽션을 엮어 새로운 캐릭터로 완성했다.
“의순 공주를 알아가기 위해 역사 공부를 많이 했어요. 그 점이 감정 몰입에 도움을 많이 줬던 것 같아요. 역사적 배경과 의순 공주에게 처한 상황 등을 공부하면서 캐릭터의 심리에 대해서도 차츰 적응해나갔죠.”
아직은 어렸던 열여섯 살의 공주는 고아라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그가 느꼈을 일련의 감정들을 공감할 수 있었다. 고아라는 공주 역할을 위해 예절 교육을 받으면서 “공주가 아니었던 의순 공주도 이런 과정을 겪었겠구나” 짐작했다고 털어놨다.
이는 종친 가문이지만 3대째 벼슬에 들지 못한 불우한 집안의 여식으로 청나라가 왕자의 첩으로 삼을 조선의 공주를 요구하자 하루아침에 공주의 신분이 되어 청나라로 향한 의순공주의 이야기로 그가 처음부터 예절에 능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고아라의 설명이다.
“의순 공주의 답답함이나 슬픔, 간절함 같은 것들을 표현하는데 몰입이 높았던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환희를 만났을 때, 그 모습이 압박감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짊어지고 있는 무게감, 압박감 등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죠.”
첫 사극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호흡이었다. 판타지가 가미된 퓨전 사극인 것을 감안해도 고아라의 연기는 전작 ‘응답하라1994’의 나정의 흔적을 지웠다. 새침하면서도 어리바리한 청명 역을 소화하는 것에 있어서 감독님의 공이 컸다며 “부담 없이 잘 만들어진 것 같다”고 평했다.
“처음 시나리오에는 모든 대사가 정통 사극체였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퓨전 사극으로 더욱 자연스럽게 대사를 고치셨죠. 그 수정 과정에서 보기에 더욱 부담 없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칭찬을 건네면 부끄러운 듯이 동료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공을 돌리곤 했다. “유승호와 케미스트리가 좋다”는 말에도 “승호가 잘 이끌어줬기 때문”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승호 씨가 상당히 듬직했어요. 군대에서 조교를 해서 그런지 더 남자답고 늠름해졌더라고요. 와이어 신이나 액션 신에서도 상대를 많이 배려해줬어요. 워낙 어린 시절부터 촬영장에서 활동하다 보니 어른들이나 스태프들을 배려하는 부분이 남달라요. 그 부분에서는 저도 많이 공감했고 돈독해질 수 있었죠.”
“멜로 보다는 액션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청명과 환희의 감정 교류만큼이나 작품이 공을 들였던 것은 화려한 액션이었다. 환희와 남사당패의 환술쇼나 귀몰과 치열한 격투는 멜로 영화의 그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으므로. “액션 영화를 찍는 줄 알았다”는 고아라의 말이 허투루 느껴지지 않았다.
“와이어나 몸을 쓰는 액션이 많았어요. 곽도원 선배님과 승호 씨가 만나는 장면은 정말 힘든 신이 많았거든요. 자칫하면 다칠 수 있으니까 합 맞추는 게 정말 중요했어요. 현장에서 많은 분이 고생하셨죠. 특히 저희 영화가 밤 신이 많아서 해가 뜨면 그대로 촬영을 접어야 했거든요.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는 게 힘든 점 중 하나였어요.”
모든 작품이 그렇겠지만 ‘조선 마술사’는 고아라에게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안겼다. 인기작 ‘응답하라 1994’ 이후 차기작이기도 했거니와 첫 사극이었고 남자 배우 없이 홀로 홍보에 임해야 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리멤버’ 촬영 일정 때문에 유승호는 홍보 활동에 집중하기 힘들었고 고스란히 그 몫은 고아라에게 돌아갔다.
“책임감은 모든 작품이 똑같아요. 승호 씨에게 궁금한 게 있다면 제게 물어보세요(웃음). 고생하신 선후배 연기자들이나 스태프들 감독님의 노고를 생각해서 정말 열심히 하고 싶어요. 스태프들과 나눈 소통과 아이디어를 공유했던 것들이 정말 좋았어요.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열정과 욕심은 어떤 것에 빗대거나 암시적으로 말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또박또박하게 “다양한 부분에 대한 도전”을 꿈꿨다. ‘엽기적인 그녀’를 예로 들거나 연극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영화, 연극, 드라마. 장르를 가리지 않아요. 연기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뭐든 재밌어요. 앞으로 조금씩 더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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