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겨울철 온실에도 돈 새는 곳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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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0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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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종길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 농업연구관

전종길 연구관[사진=농촌진흥청]

주말에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다 보면 들판에 하얗게 빛나는 비닐하우스 단지를 쉽게 볼 수 있다. 70∼80년대 겨울철에도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게 하고, 아름다운 꽃을 보는 것을 가능하게 한 이 기술은 하나의 혁명적인 사건이라 하여‘백색혁명’으로 불린다.

비닐이나 유리로 피복된 시설에 채소나 꽃을 재배하는 것을 시설원예라고 하는데, 시설원예 농산물 생산액은 1990년 8000억 원이던 것이 2013년에는 5조 800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고, 시설원예 농산물 수출액도 1990년 1000만 달러에서 2013년 기준 3억 7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이와 같이 시설원예농업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왔다. 앞으로의 농업도 기술과 자본, 그리고 경험과 지식이 집약된 시설원예농업이 중심이 될 것이다.

그런데 시설원예에 종사하는 사람들은“열심히 일하면 뭔가 좀 벌 것 같은데 실제로는 남는 게 없다”는 말을 종종 한다. 온실 내 작물을 기르기 위해 모종 구입비, 연료비, 비료비, 인건비 등을 제하고 보면 남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시설원예농가에서 겨울철이 되면 걱정거리 중 하나가 난방비이다. 시설원예 경영비 중 난방비의 비중은 30∼40%로 높은 편이다.

이는 겨울철 혹한기가 있는 기후적 영향도 있겠지만,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외국에서 수입한 비싼 연료를 사용하여 난방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유류 위주의 난방 체계를 단시일에 지열, 공기열 등 친환경 난방연료를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당장 난방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온실로부터 빠져나가는 열을 막아주는 방법이다.

겨울철 작물을 기르는 온실 내부는 난방기를 가동하여 작물재배에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게 된다. 이때 자주 열고 닫는 출입문이나 온실 측창, 천창의 벌어진 틈으로 데워진 공기가 쉽게 빠져 나간다. 특히 온실 피복면의 찢어진 부위는 돈 빠져나가는 구멍이라고 할 수 있다. 자주 열고 닫는 온실 출입문은 이중문으로 하고, 지붕에 낸 창과 옆 창문의 틈새는 없애도록 하자. 온실은 유리나 비닐로 씌워져 있어 이 부분을 통한 열손실이 약 70%가 된다. 이러한 열손실을 막기 위해 온실 내부에 보온력이 좋은 다겹보온커튼을 설치하면 부직포커튼에 비해 난방비를 약 40%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온실 가장자리와 내부의 온도 편차를 줄여 작물을 고르게 키울 수 있다.

그리고 작물 재배 시 적당한 환경관리가 중요한데 그 중에서도 대부분 작물은 온도를 높게 관리하면 웃자라 작물이 연약해지기 쉽고, 낮게 관리하면 생육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와 더불어 높은 온도관리는 난방비가 많이 들게 되고, 낮은 온도관리는 생육이 좋지 못해 수확량이 떨어지므로 적당한 온도관리는 소득과 연계된다.

또한 지역을 고려한 재배작목 선정 및 재배작형 시기를 고려하는 것도 난방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 추운 지역에는 상추, 딸기 등 저온성 작물을, 따뜻한 남부지역에는 파프리카, 장미 등 고온성 작물이 난방비 절감에 유리하고, 오이, 토마토 등 과채류의 재배시기를 한겨울인 1월에서 2월로 늦추면 난방비를 30∼40% 절감할 수 있다.

지인 중에 시설 딸기재배를 참 잘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비결이 무엇이냐고 알아봤더니 손품이라고 했다. 날씨가 흐린날에는 물과 비료가 혼합된 관비량을 줄여 조절하고, 햇빛이 쨍쨍한 날에는 차광스크린과 환기팬을 돌리면서 환경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작물 상태만 보면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많은가를 알아 철저히 손질을 해줬더니 남들이 알아주는 상품이 되더라고 했다. 겨울철 난방비가 많이 들어간다고 말하기에 앞서 손품, 발품을 열심히 팔 때 난방비도 줄어들고 맛좋은 농산물도 풍성하게 안겨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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