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미국 정부가 탄도미사일 개발 관련, 이란에 제재 조치를 가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갈등으로 중동 정세가 악화되는 상황이어서 대이란 제재 조치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이란이 실시한 탄도미사일 시험과 관련해 제재를 가할 준비가 완전히 돼 있다"며 "몇 가지 세부적인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 정부는 과거에도 제재 조치를 통해 이란의 탄도미사일 활동을 다룬 적이 있다"며 "탄도미사일 개발 계획과 관련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데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의 이런 입장 표명은 최근 사우디와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주변국까지 이란과의 외교 관계 단절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란 핵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타결에 이르게 한 미국의 잘못이 있는 만큼 미국 책임론이 불거진 탓이다.
이란은 핵합의 이후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탄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10월에 발사한 장거리 유도미사일 '에마드'의 발사는 안보리 결의 1929호에 대한 위반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11월에도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가드르-110'의 발사 실험을 강행했다.
CNN은 사우디와 오랜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사우디와 이란의 대치가 심화될수록 핵협상안 이행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랜 우방인 사우디의 편을 들기에는 핵협상 이후 미래 관계를 다져나가야 하는 이란이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이란과 홍콩, 아랍에미리트(UAE)의 기업·개인 10여 곳에 대해 추가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제재 조치가 시행되면 핵협상 타결에 따른 대이란 경제 제재 해제의 시기와 수준도 예상보다 후퇴할 수 있다. 이란에서 내달 26일 열릴 총선과 맞물려 이란의 국내 정치에도 큰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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