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먹으면 못 꼬시는 여자가 없는, 연애에 있어서는 한없이 가벼운 남자(유연석)는 부산행 기차에서 옆자리에 앉은 여자(문채원)에게 대뜸 이렇게 말했다. “의리를 지킨다”며 고물이 된 노트북도 버리지 못하는, 연애에 있어서도 미련스럽게 우직한 여자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기함한다. “처음 보는 여자한테 원나잇이니 뭐니…그거 성희롱이에요!”
영화 ‘그날의 분위기’는 원나잇 스탠드를 소재로 한다. 생판 모르는 남녀가 만나 하룻밤을 보내는 원나잇 스탠드가 쿨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비일비재하다고는 하나, TV나 스크린에서 다룰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비교적 최근인 데다, 비슷한 소재의 한국 영화는 지난해 12월 개봉한 ‘극적인 하룻밤’ 정도라 영화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색다른 연애를 제시한다’고 홍보 중이지만, 지지부진한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오늘만 생각해요. 지금 이 순간만” “그 한번에 인생이 흔들리는 사람도 있다고요” 식의 대사는 마음까지 와 닿지 못하고 귓가에서 튕겨 나가지만 여타의 로맨틱 코미디에서 느낄 수 있는 만큼의 재미는 보장한다. 여주인공 문채원은 고질적 문제인 발음을 새삼 문제 삼지 않는다면 모든 로맨틱 코미디 여자주인공이 그렇듯 당연히 사랑스럽고, 훤칠한 키에 떡 벌어진 어깨로 무장한 유연석은 틀림없이 여심을 공략한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코미디를 담당하고 있다”는 조재윤은 뻔하지만 그래서 타율 높은 웃음을 제공한다. 1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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