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회장 “우리는 45주년···‘금호’ 70주년 기념식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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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0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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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지난해 12월 10일 계열 분리 후 화해 여부를 놓고 주목받고 있는 ‘금호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하지만, 당장 가족사적은 물론이거니와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물리적·화학적 화해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6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6년 경제계 신년인사회.’ 매년 행사장을 찾았던 박삼구 회장은 불참하고 박찬구 회장의 모습이 보였다. 금호가의 전통대로 박찬구 회장은 계열사 최고경영진들과 함께 참석했다.

앞에 나서기를 싫어하는 평소의 성품대로 박찬구 회장은 대기업 오너이면서도 헤드 테이블에서 멀찍이 떨어진 구석에서 조용해 행사를 지켜봤다.

그를 알아보고 찾아오는 인사들과 신년 인사를 나누던 박찬구 회장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반겨주면서도 잠시 경계하는 표정이 살짝 엿보였다. 아무래도 시기가 시기였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을 터.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올해가 금호그룹 창립 70주년인데 같이 할 지의 여부를 물어봤다.

박찬구 회장은 “석유화학은 (올해로) 45년 됐다. 금호가는 70년이지만 우리는 45년이다”라고 답했다. 기념식을 따로 여는 것은 아니냐는 재 질문에 “(우리는) 45주년이다. 70주년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하겠지···”라는 말로 이를 인정했다. 

2016년 독자행보의 첫 발을 내딪은 그는 그룹의 출발점을 금호그룹이 시작된 1946년이 아닌, 금호석유화학이 설립된 1970년으로 잡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설립일인 4월 7일을 전후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호그룹 70주년 기념식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주최하는 반쪽 행사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박찬구 회장은 앞서 박삼구 회장과의 화해 여부를 묻는 다른 기자들의 질문에 “생각해 봐야지”라고 답해, 지난해 12월말 금호산업 인수 대금을 완납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같은 질문을 받은 박삼구 회장이 “형인 내가 더 노력해보겠다”고 말한 데 대한 일종의 화답이 아니냐는 희망적인 반응이 아니겠느냐 하는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본지의 추가 인터뷰를 통해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 체제의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긍정적인 면으로의 관계 재설정에는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즉, 창업주이자 부친인 ‘금호(錦湖)’ 박인천 회장의 창업정신과 경영이념은 물려받되 박삼구 회장과의 화해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찬구 회장은 이러한 지난 4일 신년사에서도 이러한 견해를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가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출범하는 올해는 공교롭게도 금호그룹이 7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70년간 우리는 금호그룹이 있어 태어날 수 있었고 또한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동시에 ‘금호그룹’이었기에 할 수 없었던 것들도 많았다. 과거 우리를 성장시켰던 것들은 더 이상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과감히 옛 방식과 결별해야 한다. 새로운 길을 떠나야 하는 시간다. 그 길에서 실패를 겪는다 해도 이겨내서 후대에게 물려 줄 정신이나 가치를 남긴다면 그것이야말로 금호를 계승-발전시키는 진정한 ‘유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남에게 진실되게 살아라”라는 창업주의 가르침을 언급하며 “반 평생, 40년을 금호인으로 살아온 저로써는 아직도 그 뜻을 다 헤아리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씀이 금호석유화학그룹의 새로운 창업에 단단한 디딤돌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기자들이 질문할 때마다 “노력해 보겠다”, “잘 될 수 있도록 응원해 달라”고 말했던 박삼구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감정의 골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을 언급했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 해 우리 그룹은 금호석화계열 법적 완전 계열 분리, 에어서울 설립, 그리고 금호산업 인수를 마무리하여 새로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제2 창업을 완료하였다”고 말해, 금호석유화학의 분리를 제 2창업의 전제 조건으로 놓고 대비해 왔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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