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또다시 운명공동체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 창업주가 7일 손을 맞잡았다. 이번에는 '허허벌판' 야권 외곽지대다. 범야권 내 최고 전략가로 꼽히는 김한길 무소속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회동하고 신당에 합류키로 뜻을 모았다.
'한상진(서울대 명예교수)·윤여준(전 환경부 장관)' 투톱 체제도 초읽기에 돌입했다. 대북 전문가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이끄는 야권 내 탈계파 모임 '국민공감포럼' 인사들도 안철수 신당 합류를 공식화했다. 안철수 신당의 '세(勢) 확산'을 위한 퍼즐 맞추기가 물꼬를 튼 셈이다.
그러나 과제는 산적해 있다. 핵심은 '안·김(안철수·김한길)'의 기득권 내려놓기다. 더민주를 탈당한 현역의원 그룹과 외곽지대에서 합류 타이밍을 보고 있는 전문가 그룹이 n분의 1로 신당에 참여할 수 있느냐가 신당 창당의 향배를 가를 전망이다. '김·안'의 용광로 리더십 구축 여부가 안철수 신당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金, 예상보다 빠른 합류… 野 탈당 러시 불가피
김 의원의 신당 합류 선언은 예상보다 빨랐다. 일각에서는 당분간 외곽지대에서 신당 창당의 밑그림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김 의원은 조기 합류를 택했다. 그는 이날 안 의원과의 회동에서 신당 창당 이외에 △최고 인재 영입에 주력 △민생 정당화 등을 3대 과제로 꼽으며 신당에 안착했다. 이들은 지난 6일 저녁에도 서울 광진구의 한 호텔에서 단독회동을 가졌다.
같은 날 더민주를 탈당한 의원들과 함께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규탄하는 성명서도 발표했다. 안철수 신당 명의의 첫 성명서다. 그간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고 한 기조를 실천한 셈이다. 성명에는 '안·김'을 비롯해 김동철·문병호·유성엽·임내현·황주홍 의원 등 7명이 함께했다.
김 의원의 합류는 '각개약진'하던 탈당파 그룹이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더민주 내 김한길계의 탈당 러시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상진·윤여준' 창당준비위원장 체제의 퍼즐도 맞춰지고 있다. 한 교수는 이날 안철수 신당의 창당준비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윤 전 장관의 합류도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보의 한 교수와 보수의 윤 전 장관이 결합할 경우 탈(脫)이념화에 따른 중도·무당파 공략이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상진·윤여준 체제 '천군만마'… 문제는 '화학적 결합'
관전 포인트는 윤 전 장관의 최종 합류 여부다. 윤 전 장관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신당 합류 타이밍을 보고 있는 제3지대 그룹에 사실상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4050세대의 전문가그룹과 옛 안철수 사람들의 세 규합에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국민공감포럼의 김경록 경희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와 정희영 변호사, 김경주 일본 도카이대 교수 등은 합류한 상태다.
안철수 신당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야권 외곽지대에는 김한길계와 동교동계 등 기성 정치인을 비롯해 △김성식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 포함된 그룹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와 김병준 국민대 교수 그룹 등 복수의 그룹이 혼재돼 있다. 한 관계자는 7일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정운찬 전 국무총리만 그룹 없이 떨어져 있는 형국"이라며 "소그룹이 연대한 후 합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안·김'의 기득권 내려놓기다. 이들이 잇따라 단독회동을 한 뒤 김 의원이 조기 합류로 선회하자 일각에선 '당권 김한길·대권 안철수'로 역할분담에 나선 게 아니냐는 말도 들린다. 전문가 그룹에서는 두 의원의 '총선 불출마' 등 기득권 내려놓기는 물론, 중도파인 박영선 더민주 의원의 전진배치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조 안철수 현상'의 주인공인 5선의 박찬종 변호사는 "더민주에서 계파싸움에만 휘말린 안철수·김한길 의원의 반성과 사과가 먼저"라며 "새정치에 대한 비전 없이 경쟁적인 인물 수혈로는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없다. 신당 창당을 통해 대통령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 미래가 밝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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