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김종호 기자]
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법이 개정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중개 시마다 소비자에게 30분 이상 바뀐 규정에 관해 설명해야 합니다. 무작정 ‘왜 반값이 아니냐’며 다른 중개업소에서 거래하겠다는 경우도 빈번해요. 이 때문에 중개업소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출혈경쟁도 심한 상황입니다.”(서울 송파구 잠실3동 J공인중개업소 대표)
지난해 3월 강원도를 시작으로 서울시(4월)를 거쳐 마지막 전북도(6월)까지 전국적으로 ‘반값 부동산중개료 제도(일명 반값 복비)’가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다.
반값 부동산 중개보수는 6억원 이상 9억원 미만 주택을 매매할 때 중개보수 상한을 기존 0.9%에서 0.5%로 낮추고, 3억원 이상 6억원 미만의 임대차 중개보수도 0.8%에서 0.4%로 낮추는 게 골자다.
2000년 개편된 이후 14년 동안 큰 변동이 없었던 중개수수료를 최근 현실을 반영해 조정함으로써 세입자와 집주인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였지만, 전국 시행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개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서 싸늘한 반응을 받고 있었다.
지하철 2호선 잠실역 인근에 위치한 M공인중개업소 직원은 “제도 개정 이후 정부가 현장에서 제대로 된 홍보를 하지 않아 아직도 소비자와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적지 않다”면서 “6억원 미만 매매, 3억원 미만 임대차 거래 시에도 ‘왜 반값이 아니냐’는 경우와 ‘반값이라면서 왜 이렇게 비싸냐’고 따지는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고 시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특히 서울 강남권이나 일부 신도시 지역 등 공인중개업소가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는 반값보다 더 큰 인하 폭을 원하는 소비자로 인해 중개업소끼리 출혈경쟁도 심각한 상황이다.
강남구 대치2동에 위치한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조금이라도 중개수수료를 더 할인받으려는 소비자를 잡기 위해 일부 지역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중개수수료 50% 인하’, ‘복비 반값 할인’ 등 홍보물까지 동원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부동산 경기가 좋아 버텼지만, 경쟁 중개업소가 늘어난 상황에서 올해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반면 소비자들은 50%에 가까운 중개수수료 인하에도 불구하고 체감하는 할인 폭은 그리 크지 않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지난달 말 지하철 7호선 중계역 인근 한 아파트를 매입한 홍모(48·여)씨는 “기존에는 중개업자들이 중개보수 상한에서 많게는 절반 정도를 깎아줬는데, 이제는 개정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받는 경우가 많아 실제 소비자의 수수료 절감액은 매우 작다”면서 “또 6억원 미만 매매와 3억원 미만 임대차 거래를 주로 하는 서민의 경우 아예 수혜대상에서 제외된 점도 불만사항”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서울 내 3억원 이상 주택 임대차 거래 가운데 73% 이상이 0.3~0.5%의 중개수수료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에도 거의 반값에 중개수수료가 책정됐었지만, 현재는 중개업자들이 추가적인 할인을 꺼리면서 소비자가 내는 금액은 결국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소비자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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