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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이력서 말고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력서 없이 신입직원을 뽑는 블라인드 채용을 채택하는 기업들이 조금씩 늘고 있으나 초기 단계인만큼 미흡한 점이 많다고 9일 (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한 곳인 딜로이트 영국 지사는 최근 입사 지원자의 출신 학교를 안 보는 대신, 비판적 사고 등을 평가하는 테스트를 1차 시험으로 대신했다. 이 외에도 홍콩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인 홍콩상하이은행(HSBC), 세계적인 회계법인 KPMG, 영국 공영방송 BBC 등은 이력서에 지원자의 이름 등 신상명세를 게재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다.
이러한 추세는 지원자의 '능력'이 아니라 지원자가 '누구'인지를 기준으로 채용해 온 관행을 바꾸기 위해서다. 예컨대 지난 2012년 발표된 미국국립과학원회보의 연구에 따르면 교수들은 연구실 직원을 채용할 때 남자일 것 같은 이름을 지닌 이들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다.
WSJ는 블라인드 채용에 나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기반한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서비스 기업 컴포즈의 채용 과정을 소개했다. 컴포즈는 이력서를 안 보는 대신, 6시간 가량 소요되는 실제 업무와 유사한 과제를 지원자에게 주고 이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반으로 채용을 결정한다. 예컨대, 회사 상품과 관련해서 마케팅 블로그에 글을 게시하는 것 등이다.
컴포즈의 인사 담당자들은 블라인드 채용이 지원자의 실제 능력을 평가하는 데 훨씬 좋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블라인드 채용과정에도 문제는 있다. 과다한 시간소요가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지원자들 중에는 면접을 빌미로 공짜로 일하게 되며, 시간 소요도 많다며 이러한 채용 방식에 대해 불평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또 이력서를 보지 않더라도 면접에서는 인종과 성별이 바로 드러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면접관의 편견이 채용에 반영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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