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2016년의 시작과 함께 독일을 뒤흔들었던 쾰른의 집단 성폭력 사태의 여파가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성폭행 관련 신고 건수가 급증하면서 계획적인 집단범죄의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으며, 독일 곳곳에서는 난민 반대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사태에 대한 국내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 포럼)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보도했다.
독일 현지언론은 이날 오후 2016년 새해맞이 관련 피해신고가 516건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전의 접수건인 379건에 비해 100여 건이 증가한 것이다. 쾰른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이 중 무려 40%에 달하는 신고가 성폭력과 관련된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같은 신고 건수가 급증과 관련해 독일 정부는 이번 집단 성폭행이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SNS)를 이용한 계획 범죄일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이코 마스 독일 법무장관은 빌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많은 인원이 범죄를 저지르려고 모인 거라면 이는 사전에 모의된 것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마스 장관은 집권 기독민주당(CDU)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으며 소수자 권리를 옹호해 온 사회민주당(SPD) 당원이라는 점에서 이날 그의 발언은 독일 정부의 입장변화를 반영하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이번 집단 성폭행 용의자의 32명 가운데 22명이 난민신청자로 드러나면서 메르켈 정권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관대한 난민 수용정책이 이번 참사를 불러왔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은 메르켈 총리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으며,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페기다) 등 극우 시위대는 9일 사건이 발생한 쾰른 대성당 주변에서 난민 수용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일부 극우 시위대는 경찰에게 폭력을 휘둘러 물대포가 동원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에 이에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집권 기독민주당(CDU) 수뇌부는 지난 9일 회의에서 판사가 중범죄로 유죄 선고를 받은 이민자에게 추방을 명령할 권한을 늘리는 데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이전보다 강경한 난민 정책을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메르켈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아직 큰 타격을 입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발표된 독일 공영방송국인 ARD의 여론조사에서 집권당인 CDU의 지지율은 39%로 전월보다 2%포인트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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