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북핵 진퇴양난, 깊어지는 시진핑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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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1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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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시진핑(習近平)이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올라선 것이 2012년 11월이었다. 그로부터 4개월 후인 2013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에 오르면, 공식적으로 시진핑 시대가 개막하는 일정이었다. 평화로운 권력승계 작업 끝에 2013년 3월 화려하게 등장하고 싶은 시진핑 주석이었지만, 그 사이 두번의 골치아픈 일을 맞닥뜨리게 된다.

중공 중앙 총서기에 오른 다음달인 12월12일, 북한 최고지도자에 등극한 지 1년을 막 채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광명성3호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다. 국제사회는 들끓었고, 더욱 강경한 대북 압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빗발쳤다.

중국 외교부는 즉각 "우리는 국제사회가 보편적 우려를 표시한 가운데 (로켓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조선(북한)에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이후 2개월 후인 2013년 2월12일 김정은은 제3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중국 외교부는 3차핵실험 당일 성명을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를 무시하고 재차 핵실험을 실시했으며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단호한 반대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시진핑의 국가주석 등극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골칫덩이’인 김정은 제1위원장이 두번씩이나 ‘잔칫상에 재를 뿌린’ 격이었다.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지도부의 김 제1위원장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가 없었다. 시 주석과 김 제1위원장의 국가지도자로서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됐다.
 

2013년 5월 최룡해 북한 특사를 베이징에서 접견하고 있는 시진핑 주석.[사진=신화통신]


◆시진핑 김정은 첫 단추부터 험악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에서 대북 제재에 대한 목소리가 격앙되어 갔고, 이는 고스란히 중국에게 쏟아졌다. 미국 등 서방사회가 대북 봉쇄를 해도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이 대북 원조를 지속하는 한 봉쇄효과를 거둘 수가 없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이어졌고, 우리나라 역시 공식 비공식채널을 가동해 중국에 대북압박을 주문했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지속해 나갔다. 송유관을 통한 원유 원조도 지속됐고, 식량이나 생필품 지원도 계속됐다. 지원규모가 늘었는지 줄었는지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북중경협은 늘어나고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원조를 지속하기는 했지만, 중국 지도부는 북한정권을 차갑게 대했다. 2011년만 하더라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중국을 세차례 방문하며 양국간 고위급 교류의 황금기를 구가했었다. 하지만 김정일 사후, 김정은 제1위원장 등극 이후 양국의 고위급 교류는 단절되다시피했다. 중국의 냉랭한 태도에 북한의 불만도 높아갔다.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는 김정은 제1위원장과 류윈산 상무위원.[사진=신화통신]


◆노동당70주년 모멘텀맞은 북중관계

시주석 집권 3년차인 2015년 들어 중국의 대외환경에 변화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남중국해 분쟁과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열도)분쟁이 격화되면서 주변국과의 관계를 보다 우호적으로 전환시켜야 할 필요성이 높아져갔다. 중국의 지도자들이 베트남, 필리핀과의 경협에 공을 들였고, 대일본 관계도 과거에 비해 유연함이 더해졌다.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돌 기념행사를 모멘텀으로 북중 양국간에도 해빙무드가 조성됐다. 당시 북한은 6차 장거리 로켓발사를 준비했었다. 이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며 중국은 중국공산당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을 북한 열병식에 참석토록 했다. 중국 상무위원의 북한 방문은 5년만에, 김정은 등극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일이었다. 결국 북한은 장거리로켓발사를 하지 않았다.

이어 12월10일 북한의 모란봉악단이 베이징에 도착했다. 미모의 북한 여성예술인들이 펼치는 베이징 공연은 중국 내에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북한의 미인계는 그 첫날부터 큰 효과를 냈으며, 중국 인민들의 북한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모란봉악단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중국인들이 쇄도했으며, 공연 암표가 1만위안(한화 약 180만원)에 거래됐다. 결국 3일간 공연 일정이 4일로 연장됐다.
 

지난달 10일 베이징남역에 도착해 전용열차에서 내리고 있는 모란봉 악단.[사진=신화통신]


◆또다시 난감한 처지 내몰린 중국

하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는 12월12일 모란봉악단은 공연을 모두 취소하고 평양으로 돌아가버렸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중국은 모란봉악단의 철수를 두고 "양국간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라고 설명해 북한을 배려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모란봉악단의 갑작스런 철수는 양국관계를 다시금 냉각시켰다. 북한은 핵실험을 준비했고, 모란봉악단 철수 1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6일 4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북중관계 해빙무드 조성을 위한 중국의 노력은 그야말로 무위로 돌아갔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중국은 북한으로 인해 극히 난감한 처지에 내몰렸다.

제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는 중국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유엔이 강도 높은 대북제재 조치를 취했지만 중국이 원조를 지속한 탓에,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었다는 불만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4차 핵실험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사진=신화통신]



◆중국의 북핵3대원칙 딜레마

중국은 북핵문제에 대해 세가지 원칙을 지니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 안정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등이 그것. 중국의 대북봉쇄가 첫번째 원칙인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앞당길 수 있겠지만, 대북봉쇄로 인해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한다면 두번째 원칙인 '한반도 평화안정'이 깨뜨려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중국이 한반도 전쟁에 휩쓸렸을 때, 현재 중국의 군사력으로는 미국을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가 없다. 미국에 비해 군사력 열세에 놓인 이상, 중국에게 북한은 포기할 수 없는 지정학적 가치를 지닌다. 북핵 3원칙의 딜레마다.

지난 6일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며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뜻으로 읽혀졌다. 하지만 이틀후인 지난 8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북핵3원칙은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된다"며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냈다.

G2국가로서 국제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중국은 대북제재에 나서야 하겠지만,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을 제재할 수 있는 다양한 카드를 가지고 있다. 원유나 식량지원을 줄일 수 도, 중단할 수도 있다.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를 축소시키거나 양국간의 무역을 위축시켜 북한의 외화벌이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대북제재 수위, 더 나아가 한반도정세와 동북아 역학구도, 미중관계 등을 두고 시진핑 주석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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