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장병들 우롱하는 나라사랑카드로 나라사랑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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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1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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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부 이정주 기자]

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얼마 전 가수 유승준이 15년 만에 국내 입국을 시도하다 좌절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우리 사회가 적어도 ‘군대’ 문제에 있어선 여전히 엄격하다는 것을 드러낸 사례였다. 

하지만 열악한 군대 환경 개선을 위해 국방부가 추진한 ‘나라사랑카드’ 사업에서는 엄격함을 찾아볼 수 없다. 지난달 21일부터 2차 사업이 시작된 나라사랑카드는 군 장병들이 체크카드 및 전역증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카드다. 새 사업자로 선정된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장병들에게 각종 혜택을 내세우고 있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여기저기 제약의 흔적이 가득하다.

차이는 있지만 두 은행 모두 외식, 교통할인 등의 부가 혜택을 받기 위해선 전월 실적 2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올해 군 장병의 월급은 14만~19만원대에 불과하다. 할인혜택을 이용하려면 추가 비용을 외부(?)로부터 지원받아야 한다. 일종의 진입장벽이 작용하는 셈이다.

문제는 또 있다. 장병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군마트(PX)의 경우 국민은행은 건당 3만원 이상 결제 시에만 5%를 할인해준다. 기업은행은 10% 할인을 표방했지만 한달 간 최대 할인은 2000원에 불과하다.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혜택들을 늘어놨지만 빛 좋은 개살구나 마찬가지다.

신체검사 차 병무청을 방문한 입영 대상자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저 순진하게 국가를 믿고 있는 눈치였다. 올해 국방예산은 38조7995억원으로 책정됐다. 나라사랑카드 사업자인 두 은행은 초기 전산시스템 비용으로 500억원 가량을 부담키로 했다.

정부는 국방예산의 0.2%를 아끼는 예산절감 효과를 얻고, 국방부는 복지 향상으로 생색을 내며, 은행은 장병들의 호주머니를 털고 있는 가운데 애꿎은 장병들만 호구로 전락했다. 자신들을 우롱하는 나라사랑카드를 쓰면서 과연 장병들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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