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어종 생산량 추이[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이같은 노력은 기후변화로 인해 사과, 배, 감귤 등 과수와 고추, 무 등 채소의 재배지가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만 재배되던 감귤은 앞으로 강원도에서도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바다도 따뜻해지면서 '물고기 지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한류성 어종인 국민생선 '명태'가 어느새 자취를 감췄고,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 멸치 등이 동해에서 살고 있다. 제주에서는 1m가 넘는 참치가 종종 잡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0년간 세계 평균기온은 0.7℃, 우리나라는 이보다 2배 정도가 높은 1.5℃가 상승했다. 47년간 바다 표층수온도 1.2도 상승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1세기 말(2099년) 우리나라는 현재보다 평균기온 6.0℃, 강수량 20.4 %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작물재배지와 물고기 지도의 변동, 이상기상 증가, 식량수급 등 농어업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국책연구기관인 농촌진흥청이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과수 작물의 총 재배 가능지(재배 적지+재배 가능지) 면적 변동을 예측한 결과, 사과 재배 면적은 지속적으로 줄고 배, 복숭아, 포도는 21세기 중반까지는 조금 늘다 다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단감과 감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농진청은 고온 적응형 품종 육성과 권역별 작목 배치, 고온 대응 재배 기술 개발, 미래 생산성 변동 예측과 기상 재해 조기 경보 시스템 개발 등 기후 변화 대응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 기후 변화 시 재배 가능한 새로운 작물을 개발하기 위해 과수 작물 11종 등 열대·아열대 작물 총 38종을 도입해 적응성 시험을 하고 있다.
박교선 농진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장은 "주요 과수 작물뿐만 아니라, 원예 작물·특용 작물의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 식생활에 중요한 작물 중심으로 연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구 온난화로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물고기 지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따뜻한 물에 사는 난류성 어종이 늘고 찬물에 사는 한류성 어종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난류성 어종의 북방 한계도 점점 올라가는 중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14년까지 47년간 한반도 주변 바다의 평균 표층 수온은 16.1도에서 17.3도로 약 1.2도 올랐다. 동해에 살던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온난화와 자원 남획이 맞물려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1980년대 매년 20∼30만t가량 잡힌 '국민 생선'이었으나 지금은 거의 잡히지 않는다.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는 명태의 90%가량은 러시아산이다. 국내에서 수입하는 명태의 주요 어장은 오호츠크해 어장과 북서부베링해 어장 등이다.
겨울철 동해 연안에 산란하는 도루묵도 자원이 감소했다. 연간 어획량이 1970년대에 최대 2만여t에 달했으나 2000년 이후 3000t 안팎으로 줄었다. 명태와 도루묵이 떠난 동해에는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와 멸치 등이 이사와 살고 있다. 최근에는 전형적인 아열대성 어종이자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 참다랑어가 심심치 않게 잡힌다.
수산과학원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바다 속 변화를 파악해 수산자원의 종류와 양이 어떻게 바뀌는지 장기간에 걸친 조사와 그 결과물을 활용하면 어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자원을 보호하는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수산과학원에는 1960년대 이후 한국 연근해 수온 등 해양관측자료와 최근 수십 년간의 수산자원, 어장환경, 근해어업, 적조, 패류독소, 해파리, 심해생태계, 수산자원보호구역, 생물위해요소 등에 관한 방대한 자료가 있다.
전문가들은 미래 농어업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 농어업 환경에 적합한 상세한 기후변화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서영상 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장은 "수산해양부문의 종합적인 빅데이터를 구축하면 수온과 해류, 먹이생물 등 해양기후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수산생물의 종류와 개체수, 생물간 경쟁, 서식장소, 이동경로 등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며 "이를통해 수산정책을 제대로 세울 수 있게 되고 이는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수산업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고관달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기후 변화에 민감한 과수 작물은 생산량과 품질뿐만 아니라, 재배지에도 큰 변동이 생겨 우리 농업 환경에 맞는 재배지 변동 예측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온도가 올라간 기상상황에서 재배 적지가 줄면 고품질 과실 생산이 가능한 품종과 재배법을 개발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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