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은행들이 개인사업자(자영업자)대출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여신심사가 강화된 주택담보대출이나 부실위험이 큰 대기업 대출 대신 자영업자를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해 개인사업자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사상 최대 규모로 가파르게 불어난 만큼, 이에 따른 부실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무담보·무보증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담보를 잡지 않고 최대 2000만원까지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최대 0.3%포인트의 우대금리 혜택도 있다.
부산은행은 영업점 주변 상공인을 공략하기 위해 75개 영업점에 리테일 영업팀장을 배치했다. 12일 '2016 리테일 영업팀장 발대식'을 열 정도로 성세환 BNK금융 회장이 공을 들이고 있다. 리테일 영업팀장은 영업점 주변 개인사업자, 소호기업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아웃 바운드 영업에 주력하게 된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주요 영업 과제로 개인사업자 고객 유치를 설정했다. 기업여신 대신 개인사업자 여신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모바일대출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출시한 ‘위비 소호 모바일 신용대출’은 70억원이라는 누적 대출실적을 올렸다.
은행들이 이같이 개인사업자에 주력하는 이유는 주택담보대출보다 통상 마진률이 두배 이상이기 때문이다. 담보비율 역시 80%이상이다보니 리스크관리만 잘 되면 수익성 증대에 큰 도움이 된다. 여기에 가계와 대기업 대출에서의 리스크관리가 강화된 분위기도 컸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같은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사업자 대출은 29조7000억원 증가해 직전 최대치인 2007년(19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38조9000억원으로 전체 중소기업 대출의 42.7%를 차지했다. 경기 둔화 여파로 서민들이 사업자금으로 그만큼 은행에서 돈을 많이 빌린 것이다.
일반 가계부채에 이어 개인사업자 대출이 금융시장의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부상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은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에 쏠려있어 부실가능성이 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사업자 대출(작년 9월 말 기준) 중 34.4%가 부동산 임대업에 몰려 있었고, 도소매업(16.9%), 음식·숙박업(10.2%) 등의 비중이 높았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사업자 대출이 주로 경기를 많이 타고 소득 흐름이 불규칙한 업종에 몰려 있어 일반 가계 대출에 비해 부실 위험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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