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세계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원유 수입에 의존하는 신흥국들의 부도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게 될 국가로는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 나이지리아, 러시아, 이라크 등 5개국이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원유 수출국들의 재정적자가 확대되면서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는 유가 하락에 따라 경기가 계속 위축되고 있다. 올해 인플레이션은 20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기초생활용품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채권을 갚을 여력이 없는 상태다.
베네수엘라의 12일(현지시간) 기준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6,266.56bp를 기록했다. 하루 만에 830.62bp 상승한 것으로 3개월간 변동폭도 1,376.0bp에 이른다. 국가의 CDS 프리미엄이 상승했다는 것은 외국에서 돈을 빌릴 때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부도 위험(채무 불이행)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경고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부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12일 기준 196.01bp로, 전날보다 6.01bp 올랐다. 지난 2009년 5월 이후 최고치다. 1년 전 CDS 프리미엄이 80bp를 밑돌았다는 점에 비춰보면 1년 새 150%가량 오른 셈이다.
원유 수출이 재정수입의 70%를 차지하는 사우디는 재정 확충을 위해 올해 첫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유가가 1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원유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 입장에서는 유가가 떨어지면 통화 가치도 폭락한다. 이때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활용하는 만큼 외환보유액도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아프리카 최대 원유생산국인 나이지리아 내에서는 통화가치가 미 달러화에 대해 역대 최저치로 추락하면서 외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원유와 가스 수출이 정부 수입의 절반을 차지하는 러시아에서는 유가 하락과 서방의 경제 제재로 경기 침체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예산은 유가 50달러에 기반해 산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가가 30달러대 이하로 추락하면 재정이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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