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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새당명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지난달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연기론이 급부상했다. 거대 양당(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암묵적 카르텔'로 촉발된 '선거구 공백' 사태 탓이다. 앞서 헌법재판소(헌재)는 총선 최다인구 선거구와 최소인구 선거구의 인구편차 조정안(기존 3대 1→2대 1)의 확정시한을 지난해 12월 31일로 정했다.
하지만 여야의 정치 협상력은 제로였다. 거대 양당은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에만 잠정 합의했을 뿐,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선거구 부재사태를 자초했다. '뇌사상태'에 빠진 국회의 무능력으로 병신년(丙申年) 새해 벽두부터 선거구 없는 나라가 된 셈이다.
◆총선 연기, 공선법 제196조 근거… "비례·평등 원칙 위반"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총선 예비후보자들의 단속을 유예하는 조치를 취했다. 즉각 초헌법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가 '법을 위반'하자, 선관위는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그러자 총선 예비후보자들은 잇따라 헌재에 선거구 구역표 미개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데 이어 선거 실시 금지 가처분신청을 대법원에 냈다. 독자적 신당 창당에 나선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의 국민의당도 13일 총선 연기를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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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가 지난달 27일 여의도 국회 의장 집무실에서 회동을 갖고 내년 4·13 총선 선거구 획정안과 쟁점법안을 놓고 막판 조율에 나섰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는 이날 "총선이 불과 100일도 남지 않았는데, 사상 초유의 무법적 선거구 실종사태가 초래되고 말았다"며 "국민의 선택권과 참신한 정치신인의 출마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총선 연기를 검토할 시점"이라고 불을 지폈다.
총선 연기의 법적 근거는 공직선거법(공선법) 제196조 1항이다. 이 조항에는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선거를 실시할 수 없는 때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서는 대통령이 선거를 연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선거구 획정이 선거를 치를 수 없는 '기타 부득이한 상황'에 해당하는지가 핵심이다.
동법 제69조 2(예비후보자등록)와 제53조(공무원 등의 입후보)는 '정치신인의 120일 선거운동 보장'과 '공직자 선거 90일 전 사퇴' 등을 규정하고 있다. 4·13 총선에 출마하는 공무원·지방의원·언론인 등은 선거 90일(비례대표 30일) 전인 14일까지 직을 사퇴해야 한다.
◆총선 이후 선거무효訴 불가피… 국회 정당성 직격탄
문제는 사법부의 최후 보루인 헌재 결정을 정면으로 뭉갠 국회의 '초헌법적 발상'과 입법부 눈치 보기에 나선 선관위의 '편법'이 맞물리면서 헌법 제116조(균등기회 보장)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상 원리인 '비례·평등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얘기다.
특히 선거구 획정 공백의 '수혜자'인 현역 국회의원들이 불평등한 점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총선 이후 낙선자들이 대규모 선거무효 소송전을 전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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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청.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연기론이 급부상했다. 거대 양당(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암묵적 카르텔'로 촉발된 '선거구 공백' 사태 탓이다. 앞서 헌법재판소(헌재)는 총선 최다인구 선거구와 최소인구 선거구의 인구편차 조정안(기존 3대 1→2대 1)의 확정시한을 지난해 12월 31일로 정했다. 안철수 신당인 국민의당도 13일 총선 연기를 공개 주장했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tlsgud80@]
이재교 세종대 교수(서울국제법무법인 변호사)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선거구 공백사태로 선거운동을 해야만 하는 예비후보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고 있다"며 힘을 실었다. 이어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19대 국회의원과 예비후보자 간의 불평등이 심각하다"며 "총선 연기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5선의 박찬종 변호사(아시아경제원구원 이사장)도 "선거구 획정 처리 실패로 예비후보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게 됐다. 국회가 공정한 선거의 기회를 박탈한 것"이라며 "만일 총선을 연기하지 않을 경우 (일부 후보들이)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역 의원들은 총선 연기론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 16대 때 65일 전을 시작으로 △17대 37일 전 △18대 47일 전 △19대 44일 전 등 국회는 총선에 임박해서야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했다. 선거구 공백사태는 사실상 연례행사에 지나지 않았던 셈이다.
헌재가 선거무효를 선언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 헌재와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는 일반적 하자가 아닌 맹백한 하자일 경우에만 무효로 선언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선관위가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에 대한 단속을 유예한 만큼, 헌재가 무효 판결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20대 국회의 정당성은 흔들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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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사진제공=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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