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30금 쌍담'은 이제껏 우리가 경험해 온 상담과 다르다. 최근 각박한 현실, 소통 부재의 상황 속에서 갖가지 상담, 카운슬링 프로그램이 성행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 살펴보면 문제의 핵심에 다가서지 못하고 겉도는 질문들, 전부 어디에선가 들어 봤음 직한 대답만이 들려올 뿐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왜 모두 꾹꾹 참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가?
이 문제에 응답하고자 인간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보는 철야 상담으로 유명한 철학자 강신주와 영화 비평계의 ‘매의 눈’으로 통하는 이상용이 '씨네샹떼'에 이어 한 번 더 뭉쳤다. 마침내 두 사람은 금기가 우리의 생각과 입을 틀어막고, 말 잘 듣는 노예로 길들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보다 강력한 ‘충격 요법’을 권한다. 금기에 주눅이 든 상태로는 자기 자신에겐 물론, 한 사회의 주체적인 구성원으로서도 당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비상경보를 울려 대는 우리 사회를 위해, 그곳의 주인이자 변화의 주체인 명랑 시민들을 위해 '30금 쌍담'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두 사람은 우리의 삶을 옥죄는 금기와 맞닥뜨리는 자리에서 영화를 꺼내 든 걸까? 영화는 오늘날 사람들이 가장 친숙하게 접하는 대중 매체다. ‘영화 관객 1000만 명 시대’, 즉 수천 만 명의 사람들을 한자리에서 웃기고 울릴 수 있는 게 바로 영화인 것이다. 그 때문에 영화만큼 검열과 사회적 금기에 민감한 매체도 없다. 실제로 영화는 지난 한 세기 동안 파시즘을 선동하기도, 혁명을 불러오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처럼 위력적인 영화, 그중에서도 권력 집단이 줄곧 금기시해 온 네 편의 작품을 공개 상영함으로써 우리의 억압된 욕망을 두드리고 금기가 지닌 허위를 드러내 보이고자 했다. 이제껏 권력과 사회가 거부해 온 영화들은, 우리가 애써 외면한 진실들을 가장 강력하게 까발려 줄 것이다. 진짜 성숙은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272쪽 | 1만2600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