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배인선 기자 =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선거 당선인의 최종득표율은 56.1%로,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후보의 득표율 31.0%를 압도했다. 득표수로는 무려 308만표 이상으로 역대 총통선거에서 가장 큰 표차다.
◆ 중국경제 혜택 못받아…취업난 청년층 중심 반발 거세져
현임 마잉주 총통은 2008년 취임 후 곧바로 양안회담을 가동하는 등 친중 정책으로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 시절 소원해진 양안관계를 빠르게 회복시켰다. 특히 2010년 6월 중국과 관세 감면과 서비스업 시장 개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후광을 입을 것이라는 기대를 불어넣었다. 양안 경제를 일체화한 '차이완'(Chiwan) 시대를 개막했다는 평가와 함께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받으며 2012년 대선에서 마 총통은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친중정책으로 대만의 제조업체들이 중국으로 이전해 가면서 현지는 산업공동화현상으로 내수 경기 침체, 청년실업 등을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됐다. 8년간의 친중 정책에도 불구 중국 경제성장의 혜택은 보지 못한채 10년째 실질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는 등 민생경제만 피폐화 된 셈이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중국의 경기둔화는 대만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연평균 5% 이상을 기록하던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2011년부터 3∼4%대로 감소했다. 2015년엔 중국 성장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0.8∼0.9%라는 최악의 경제성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반발은 커졌다. 이들 20∼30대는 이른바 '22K세대'(초임 2만2000 대만달러, 약 80만원)로 불린다. 지난 2014년 3월에는 대학생들이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 비준에 반발해 입법원 본회의장에서 장기 점거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반중시위를 벌였던 이들이 주축이 된 정당 '시대역량'은 총통선거와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 선거에서 5석을 차지하며 제3당으로 올라서는 돌풍을 일으켰다.
◆ 고압적인 중국에 대한 반발…"'쯔위사태' 민진당 지지율 올려" 분석도
한편 고압적인 중국의 태도가 민진당의 득표율을 더욱 올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쯔위(周子瑜)가 한국 방송프로그램에서 대만의 청천 백일기를 흔들어 논란이 된 사건이 이번 대만 14대 총통선거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보도들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든 데 대해 중국 내부에서는 '대만독립 주장'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로 인해 중국 내 모든 스케줄이 취소되자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선거 하루 전날인 15일 밤 쯔위가 “중국은 하나밖에 없다”고 말하며 고개 숙여 사죄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 등에 올렸다.
이에 대만 내에서는 쯔위를 강제로 사과토록 한 중국에 대한 반감과 함께 친중 성향의 국민당을 투표로 응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됐다. 대만 연합보(聯合報)는 17일 쑤신황(蘇新惶) 대만 중앙연구원 인문사회과학연구센터 연구원을 인용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당선자가 '쯔위 사건'으로 인해 득표율이 1∼2%P 올라갔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차이 당선자 역시 이날밤 당선 직후 열린 기자회견 도중 직접 쯔위 사건을 거론하며 대만의 국가정체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성장하는 한 대만 연예인이, (그것도) 16살밖에 안 된 여성이 중화민국 국기를 들고 있는 (방송) 화면 때문에 억압을 받았다. 이 사건은 당파를 불문하고 대만 인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나에게 국가를 강력하게 만들고, 외부에 대해 일치시키는 것이 바로 차기 중화민국 총통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것을 영원히 일깨워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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