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당국이 또 한 차례 환율 방어에 나섰다. 이번엔 역외 은행들의 역내 위안화 계좌에 지급준비율 (지준율)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시장은 이 정책이 약 37조원 어치의 위안화를 흡수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17일 통지문을 통해 오는 25일부터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고 증권시보(證券時報) 등 현지 언론이 18일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2014년 12월부터 역내에 있는 역외 은행의 위안화 예금을 지급준비금 부과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지급준비율은 0%로 유지해왔다. 그러다 1년여 만에 역외 은행의 위안화 예금에 대해서도 역내은행과 대형은행들과 동일하게 17.5%의 지준율이 적용하는 것으로 정책을 바꾼 것이다.
지준율이란 시중은행이 예금액 중 일정 금액을 중앙은행에 예치해 둬야 하는 비율을 말한다. 지준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만큼 은행들이 시중에 풀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들어 위안화 가치가 오르는 효과가 나타난다.
둥더즈(董德志) 국신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현재 역외은행의 위안화 예금액은 약 1조3000억 위안으로 추산된다며 이번 지준율 조치로 약 2000억여 위안(약 37조원)의 역외 위안화 자금이 흡수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로써 역외 위안화 유동성이 한층 더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은 중국 당국이 이번 지준율 도입 정책은 역외 위안화 유동성 위축을 통해 단기거래 금리를 올리고, 이로써 위안화 가치 하락에 배팅하는 세력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 당국은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주엔 역내외 위안화 환율격차를 이용한 투기 세력을 막기 위해 홍콩에 있는 중국 국유은행을 통해 위안화를 대거 사들여 홍콩 위안화 유동성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한때 홍콩 은행간 위안화 단기거래금리((HIBOR)가 66.8%까지 치솟기도 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지난 16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개소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위안화를 절하해 수출을 부양할 의도가 없다”며 “위안화 가치를 적절한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당 위안화 가치를 전 거래일보다 0.07% 오른 6.5590위안으로 고시했다. 하루 절상폭으로는 지난해 12월 21일 이후 약 한 달만의 최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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