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은행권 성과주의, 뒷말 없으려면

[박선미 금융부 기자 ]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권 성과주의 확산에 채찍질하고 있다. 빠르면 1분기 중 금융 공기업을 대상으로 ‘성과주의 가이드라인’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전체 임금 내 성과급 비중과 인사 평가에 따른 성과급 격차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공기업에서 먼저 성과주의 정착이 이뤄진다면 자연스럽게 일반 시중은행들도 그 뒤를 따를 공산이 크다.

당장 은행 노동조합들은 반발하고 있다. 정권의 숙원사업을 위해 성과주의를 도입한다면 과도한 영업경쟁으로 서비스 질도 나빠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노조의 반발도 장애물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은행권 특성에 맞는 성과중심 임금체계를 어떻게 손질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은행 업무는 기업금융, 외국환, 개인금융 등 영업부문 전반에 걸쳐 프런트와 백오피스의 협업에 의해 이뤄지는데, 여기서 각자의 역할과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1인 영업체계가 확실해 성과로 평가할 수 있는 증권사와는 구조자체가 다른 것이다.

인사평가제도 역시 고민해봐야 할 사안이다. 공정한 평가방법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일종의 안전장치 없이 연봉제를 도입하면 인사권을 가진 상사 마음대로 직원을 평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용의 안정성을 위협받을 수도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애초 성과주의 도입 취지는 '잘하는 사람이 더 좋은 대우를 받도록 차등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직원들을 어떻게 잘 평가해 잘하는 사람을 가려낼 수 있는 기준이 없다면 단순히 비용절감책일 뿐이다. 성과주의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은 공론화를 통해 이뤄져야 뒷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