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한겨울 추위 녹이는 손난로 '핫팩'…이런 과학 원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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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19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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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찬바람이 ‘쌩’ 하고 양 볼을 스치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바로 손난로 ‘핫팩(hot pack)’이다. 손난로는 1990년대 초부터 국내에서 생산되기 시작해 주로 문구점을 통해 유통됐다. 저렴한 데다 휴대용으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사용한다. 핫팩 제조 전문업체 지엘의 김종목 대표에 따르면 국내 손난로 시장 규모는 연간 250억원, 세계 시장은 약 7000억~1조원 수준이다. 매서운 겨울 추위를 녹여주는 주머니 속 작은 손난로 ‘핫팩’의 원리를 알아본다.

핫팩에는 흔들어서 열을 내는 분말식 일회용 핫팩과 이른바 ‘똑딱이’로 불리는 작은 금속판을 구부려 꺾어 뜨겁게 만드는 액체형 핫팩이 있다. 먼저 분말형 핫팩은 안에 있는 쇳가루가 공기에 닿으면서 나오는 산화열로 뜨거워지는 방식이다. 철은 산소와 반응하면 녹이 슬면서 열을 낸다. 자연적으로 산화될 때는 오랜 시간이 걸쳐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에 열을 느낄 수 없다. 그러나 활성탄이나 물, 소금(염화나트륨)을 만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핫팩에는 소량의 물(규조토·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규조가 바다나 호수 바닥에 쌓여 생성된 퇴적물), 활성탄가루(숯), 질석, 소금, 톱밥이 들어있다. 질석과 톱밥은 단열재 역할을, 규조토는 수분을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핫팩 내용물이 검은 이유는 바로 활성탄 때문이다. 주 성분인 쇳가루와 보조 성분의 조합 비율에 따라 핫팩이 내는 온도나 지속시간이 달라진다. 김 대표는 “보통 쇳가루 60%, 활성탄 8%, 소금 2% 등의 비율로 이뤄져 있다”며 “철 1g이 산화하면서 약 1.7kcal의 열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이 분말을 감싼 주머니에는 미세한 공기구멍이 뚫려있다. 핫팩의 포장 비닐봉지를 뜯는 순간, 흔들지 않아도 산화가 시작된다는 말이다. 핫팩 안의 분말이 잘 섞이도록 마구 흔들수록 반응은 빨리 일어난다. 시중 핫팩은 섭씨 50~60도까지 오르며 보통 10~12시간 정도 지속한다. 한 번 열을 낸 분말형 핫팩은 또 사용할 수 없다. 쇳가루가 모두 산화돼 반응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똑딱이 손난로’로 불리는 액체형 핫팩은 끓는 물에 담그면 재사용이 가능하다. 액체형 핫팩에는 투명한 아세트산나트륨 과포화 용액과 작은 금속판이 들어 있다. 과포화 용액은 일정한 온도에서 용질(예를 들어 설탕물에서 물은 용매, 설탕은 용질)이 용해도 이상으로 녹아있는 액체를 말한다.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충격을 조금만 줘도 용질이 분리돼 응고되는 성질이 있다.

이런 용액에 들어있는 금속판을 앞뒤로 계속해서 구부리고 꺾으면 그 주변에서 하얀 결정이 나타난다. 이처럼 고체로 변하는 과정에서 많은 열을 내는데 아세트산나트륨이 녹을 때 흡수했던 열을 다시 내놓기 때문이다. 분말형이 내는 열보다 덜 뜨겁고 유지 시간도 짧다.

‘붙이는 핫팩’도 나왔다. 2010년 국내 업체로는 최초로 지엘에서 처음 생산되기 시작한 ‘붙이는 핫팩’은 내용물이 납작하고 평평하게 유지돼 열이 고루 퍼지게 하는 방식이다.

귤 껍질로도 핫팩을 만들 수 있다. 귤껍질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30초에서 1분 정도 돌리면 1시간 정도 열기가 유지된다. 맨손으로 잡기 힘들 정도로 뜨겁다. 귤 껍질에 있는 고분자 섬유소의 열 보관 유지 기능을 이용한 원리다.

한편 한국인은 외국인보다 더 뜨거운 핫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20년간 핫팩을 생산하면서 얻은 노하우”라며 “저온화상이 생기지 않으면서도 조금 더 뜨겁고 더 큰 크기의 핫팩을 만들기 위해 주력한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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