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린' 이란...조선업계에 '수주 단비' 내려주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6-01-18 14:4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7월 브루나이 BGC사에 인도한 15만5000 입방미터급(㎥) 멤브레인형 LNG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 = 현대중공업]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37년 만에 풀린 이란 경제제재와 함께 조선업계의 수주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경제제재 해제와 함께 이란이 원유 수출을 본격적으로 늘리게 되면서 원유를 실어 나를 신규 선박 발주가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간 수주 격감으로 고민해온 한국 조선업계는 신규선박과 함께 고갈 상태에 이른 해양플랜트 발주가 이란발(發) 훈풍에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란이 원유 증산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하면서 저유가 사태가 심화될 경우, 해양플랜트 발주가 늘기는커녕 계약 취소 움직임이 거세지는 등으로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란 선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선박 발주를 위해 한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요 조선업체를 물색하고 있으며, 이란 경제제재가 해제된 올해부터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전망이다.

한국 일부 조선사의 경우 이미 이란 선사들과 선박 건조를 두고 협상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국제선박망(國際船舶網)에 따르면 이란 선박건조 회사인 ISOICO 관계자는 "현재 한국, 중국, 이탈리아, 독일 등의 기업들과 선박 건조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면서 "이미 가장 적절한 파트너로 (한국) 현대중공업을 선정해 초보적 협상을 이뤘고, 독일의 최대 조선업체 Nordic Yards Wismar과도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ISOICO는 현재 이탈리아와 중국의 업체와도 협상을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이란으로부터 발주를 받은 적이 없고, ISOICO측이 말하는 협상 또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바가 없다"면서 "다만, 경제제제가 풀리면서 향후 신규 선박 수주가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있다"고 말했다.

SPP조선은 이미 이란과 수주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SPP 조선은 이란 국영선사인 IRISL과 3만5000DWT급 벌크선 10척 수주협상을 재개했다. 이번 수주건은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 조치가 실행되기 전인 2008년에 진행된 계약으로 당시 SPP조선은 IRISL로부터 1차 선수금을 받았고, 2차 선수금은 경제제재로 미뤄졌었다.

경제제재 해제 이후 이란은 1200억 달러 규모의 펀드 조성에 나서는 등 선박 발주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처럼 이란이 신규 선박 발주에 힘을 쏟는 데에는 원유 수출을 확대해,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경제제재 이전 수준의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있다.

앞서 국영 이란석유의 책임자인 로크네딘 자바디는 "이란이 2016년부터 하루 평균 2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란의 신규선박 발주는 △유조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선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란은 현재 대형원유탱커(VLCC) 42척을 보유, 이미 세계 최대 유조선 선대를 확보하고 있다. 경제제재의 해제로 향후 이란이 원유수출을 빠르게 늘려갈 예정인 만큼, 유조선 발주량도 동반상승할 전망이다.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확대도 예상된다. IRISL 측은 현재 3E(초대형‧고효율‧친환경)의 요건을 충족하는 1만8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규모의 컨테이너선 30척 이상을 발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10척의 일반선박과 화물선도 발주할 예정이다. 

IRISL측은 오는 2020년까지 컨테이너선을 57만9000TEU 급으로 늘리고, 화물선을 200만 DWT(재화중량톤수), 유조선을 160만DWT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RISL 측은 "처음에는 중국 선사를 염두에 뒀으나, 현재는 한국 조선사에 발주를 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중고선박 매입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LNG 선박 또한 이란발 발주 확대가 예상되는 핵심 선박이다. 이란은 경제제재 해제와 함께 세계 최대 LNG선 수출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천연가스를 LNG 형태로 이용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만큼, 최고의 LNG선박 건조 기술을 지닌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박 건조 분야 외에도 해양플랜트 설비 발주도 늘어날 전망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ISOICO와 러시아 조선사 크라스니 바리카디(Krasnye Barrikady)는 현재 해저 보링용 플랫폼 공동 건조 및 기술양도 협약을 체결했다. ISOICO는 러시아 업체 측에서 공급하는 선박건조장비를 통해 페르시아만 수역 내 탄화수소물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란은 해양플랜트 설비와 원유 운반선 등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해양플랜트 발주를 확대해나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경제성장이 둔화된 상태에서 이란의 원유 수출로 저유가 사태가 심화될 경우 오히려 시장을 위축시켜 조선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2024_5대궁궐트레킹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