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하 '한림원')이 내부 비리 문제에 눈감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품 및 향응을 수수한 사실이 상당 부분 확인된 직원은 동일한 업무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에 따르면 한림원은 지난 10월 이후 두 차례에 걸친 자체 사실조사위원회를 통해 특정 직원의 금품·향응 수수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추가 조사 없이 △법에 의한 고발의무 위반 △부실조사 △조사 및 징계 등에 관한 행정조치 지연 등 공직유관단체로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공공연구노조는 주장했다.
이에 공공연구노조는 법으로 정해진 부패행위자에 대한 신고의무를 반드시 준수할 것과 한림원의 내부비리는 물론 이와 관련된 이해할 수 없는 조사 및 처리과정에 대한 미래창조과학부 등 감독기관의 엄정한 조사·조치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한림원 특정 직원에 대해 확인된 부패행위는 △해외 출장 시 업체대표로부터 여비 수령 △회관 공사 시 공사대금 돌려받기 △제주도 국제행사 출장 시 업체대표를 동행한 가운데 업무시간에 관광을 하며 향응(차량 렌트 등) 수수 △가족 여행 시 업체대표를 동행한 가운데 향응(차량 렌트) 수수 △업체 관계자로부터 골프접대 및 명절 선물 (한우세트) 수수 등이다.
공공연구노조는 "확인된 사항 외에도 수건 이상의 금품, 향응수수 정황이 파악됐으나 첫 번째 사실조사위원회가 개최된 지 이미 약 3개월이 경과된 지금까지 추가 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난 11월 17일 사실조사위원회가 종료됐으며 대상자에 대한 징계조차 아직 없다"고 말했다.
공공연구노조는 "비리 사례는 증거인멸 및 대상자들의 입 맞추기를 방지하기 위해 신속하고 면밀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한림원이 이러한 기본 원칙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어 비리대상자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강조했다.
공공연구노조는 "대상자들이 계약 및 이에 대한 관리과정에서 금품·향응을 수수한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대상자들이 수개월 넘게 같은 업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으며 관련 업체 또한 한림원과의 기존 계약은 물론 신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한림원은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적용대상 기관으로 동 법 ‘제56조 (공직자의 부패행위 신고의무)’에 의거 임직원 부패행위에 대해 지체 없이 이를 수사기관, 감사원 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또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임직원 직무관련 범죄 고발 세부요령’에서도 공직자윤리법 및 기타 개별 법률의 금지 또는 의무규정을 위반한 범죄행위의 경우 이를 사법기관에 고발해야 한다. 특히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는 더욱 엄정히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한림원은 사실로 확인된 부패행위에 대해 반드시 지체 없이 신고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공공연구노조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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