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윤정훈 기자 = 자동차 업체가 주를 이룬 세계 4대 모터쇼는 물론 최근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에서까지 디지털화된 자동차인 ‘스마트카(자율주행차)’가 대세다.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IT기업과 협업을 확대하며, 스마트카시장의 입지확보에 나섰다. 급변하는 자동차시장의 트렌드에 걸맞게 자동차 부품업체도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자율주행차 기술수준에 발맞춰 연구‧개발(R&D)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20일 만도가 후원하는 안양한라 아이스하키팀 경기가 열린 경기 안양시 실내빙상장에서 만난 성일모(62) 만도 대표이사(수석사장)는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국가대표 자동차 부품 기업’을 지향하는 만도의 잠재 역량과 가능성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성 사장은 만도와 38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지난 1978년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과 동시에 만도의 전신인 현대양행에 입사했다. 이 곳에서 3년간 근무하며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사무용 전자제품 전문기업인 신도리코에서 근무한 뒤 1994년 만도에 재입사했다.
성 사장은 말단 사원에서 시작해 현재 대표이사까지 오르며 만도의 희노애락을 함께 했다. 그는 한라그룹내 씽크탱크로, 정몽원 회장의 신임을 받으며 지난 2010년 만도의 성공적인 재상장에 중추역할을 했다. 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이후, 만도의 실적개선은 물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성 사장은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낼 것을 예고했다.
◆ 꾸준한 R&D 투자 및 강화...해외인사 적극 영입
급변하는 자동차시장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스마트카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특히 만도의 자율주행 분야 기술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물론 글로벌 IT기업의 관심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만도는 해외인사 영입 등으로 인재역량 강화에 나섰다. 성 사장은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이 성장하며 만도는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첨단 주행지원) 기술개발을 위해 해외에서 전무 이상급 인사 4명과 수십 명의 연구원을 영입했다”고 말했다.
만도는 지난해말 독일 자동차 공업회 규격 위원인 한스-외르그 파이겔을 기술고문으로 영입했다. 파이겔 기술고문은 독일 자동차 부품회사인 컨티넨탈 오토모티브에서 20여년간 몸담으며 제동시스템에 관해서는 최고 수준의 권위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만도는 적기에 고객에게 완성도 높은 차세대 제동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해 독일 연구소에 20여명 현지 전문가를 확보해 차세대 제동시스템의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성 사장은 “중국의 경우, R&D 직원을 국내에서 교육시켜 내보내고 있다”며 “최근 8~9명의 중국인 개발직원이 국내에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등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R&D(연구개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매출 대비 R&D 투자비중은 2012~2013년 3%대에서 2014년 4.5%로 올라갔고,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5%대를 돌파했다.
꾸준한 R&D 투자덕에 자율주행 부문의 매출이 서서히 오르고 있다. 만도는 지난해 12월 출시한 제네시스의 기함 EQ900(이큐나인헌드레드)의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에 전방카메라와 레이다를 탑재해 AEB, LKAS 등 관련 기능을 구현했다. 향후 중대형, SUV를 비롯해 준중형차종까기 ADAS 기술을 적용해간다는 계획이다.
만도는 자율주행부문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확대하기 위해 힘쓰는 중이다. 만도가 제네시스 EQ900의 HDA 핵심 부품을 공급한다는 것이 알려지며 몇몇 해외 고급차 업체의 문의도 들어오는 상황이다.
성 사장은 “아직까지 자율주행은 안전문제로 인해 고객군 확보가 쉽지 않다”면서도 “대부분 세이프티 레벨3(운전자가 외부환경 대처) 수준인데, 글로벌 완성차 업체 몇 곳과 세이프티 레벨 4(시스템이 외부환경 대처) 적용문제를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부품 업체도 CES나 모터쇼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성 사장은 “주로 자율주행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현재까지는 업계 동향만 파악하는 수준”이라면서도 “자율주행을 리드하고 있는 해외 IT기업에서도 협력요청이 들어오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전체적으로 수요가 늘어 날 것”이라고 말했다.
◆ 만도의 중요 매출처 ‘중국’...“다음차례는 화남지역 광저우 공장”
만도는 지난해 다변화된 매출처를 바탕으로, 2년 연속 신규 수주 10조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기준 만도 매출의 절반은 국내에서 발생했다. 이어 중국(23%), 미국(18%), 인도 등 기타(8%) 순으로 매출이 이어졌다.
성 사장은 중국을 가장 중요한 해외 시장으로 꼽았다. 그는 “중국에서 핵심 업체는 현대기아차지만 상하이자동차, 길리자동차, 장성기차, 장안기차 등 현지 로컬업체와도 꾸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특히 만도는 중국 현지 업체에 납품을 시작한 것이 10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중국 현지 업체 납품이 31%로, 현대기아차(48%)의 납품 비중에 육박하고 있다.
만도 중국은 사업초기 매출이 1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지난해 만도 전체 매출의 약 23%인 1조3000억원을 달성했다. 만도 중국은 오는 2020년까지 3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2020년 비전’을 위해서는 생산기지 확보가 필요하다. 만도는 현재 중국에 심양, 베이징, 천진, 수조, 닝보 등 6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성 사장은 “현재 베이징 제2공장, 충칭 공장 등을 신규로 설립하기 시작했다”며 “만약 시장이 허락한다면, 향후에 남쪽지역의 로컬 브랜드와 일본 자동차 브랜드 공략을 위해 광저우 지역에 신규 공장 설립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기자전거 ‘만도 풋루스’, “저가 모델과 달라”
‘체인없는 전기자전거’ 만도 풋루스는 정몽원 회장이 특히 애착을 갖고 있다. 1세대 만도 풋루스의 R&D부터 판매, 수출을 직접 챙겼을 정도다. 현재 2세대 모델까지 출시됐다.
국내 프리미엄 전기자전거 시장을 열었던 만도 풋루스 1세대 모델 가격은 447만원으로, 고급형이다. 보통 자전거시장에서 2000대 이상 팔면 ‘베스트셀러’로 보는데, 전기자전거라는 특성과 고가라는 핸디캡에도 2014년 1500대 이상 판매됐다.
만도는 지난해 실속형인 2세대 모델을 161만원 낮춘 286만원으로 책정한 만도 풋루스 아이엠(IM) 모델을 출시했다. 판매목표는 3000대로 잡았지만, 결과는 아쉬움을 남겼다. 성 사장도 직접적인 판매량을 묻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전기자전거로서는 고가임에도, 많이 판매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투자한 만큼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고 판단한다. 또 최근 샤오미가 30만원대 전기자전거를 선보이는 등 트렌드가 바뀌는 상황에서 만도 풋루스의 비싼 가격이 시장에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성 사장은 “만도 풋루스는 저가 모델과 품질이 다르고,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며 “만도의 자동차 부품 기술을 집약해 보여주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또 “유럽인들은 작은 자전거 바퀴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3세대 모델까지는 아니지만, 기존 작은 바퀴에서 큰 바퀴 모델로 선보이는 등 변화를 주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 2020년 매출 9조 비전...“올해 목표 실행 위한 원년”
만도는 글로벌 기업을 향한 의지로 전직원이 똘똘 뭉쳤다. 만도의 내실화를 통해 2020년까지 매출 9조를 달성한다는 경영목표를 잡았다. 성 사장은 “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재무도 튼튼해야하고, 매출도 성장해야 한다”며 “올해는 2020년 경영비전 달성을 향한 실질적인 실행의 원년”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지속가능 기업을 만들기 위한 실행계획으로 △R&D 기술 개발 △원가 경쟁력 확보 △글로벌 표준화 △품질 경쟁력 강화 △전략 실행력 강화 △기업문화 선진화 등 6대 중점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성 사장은 “올해 경영방침은 한마디로 ‘반드시 실행하는 만도’”라며 “직원들에게 6대 전사전략은 부문‧팀 단위까지 실행전략을 구체화해 추진을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 성일모 만도 대표이사는?
△1955년 서울 출생 △1974년 서울고 졸업 △1978년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1984년 한양대 산업공학과 석사과정 △1998년 만도 터키 법인장 △2002년 만도 베이징 법인장 △2009년 만도 기획실장 △2012년 만도 한국담당 총괄 사장 △2013년 만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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