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연간 1500만명 시대에 진입하면서 면세점이 화장품 업계의 핵심 유통채널로 자리잡았다. '유통의 꽃'으로 불리던 백화점과 전통 강자인 방문판매를 재치고 선호 1순위 채널로 부상한 것이다.
내수경기 침체로 백화점 매출을 줄어드는데 반해 외국인 관광객은 매년 큰 폭으로 늘면서 관련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국내 면세점에서 달성한 매출액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해외법인을 제외하고 단일 채널에서 달성한 실적중 가장 높은 성적이다. 2014년까지 높은 성장세를 보이던 온라인 매출(4110억원)과 백화점(3000억원), 방문판매(5960억원) 등과 비교해도 각각 2~3배 이상 높다.
면세점 사업부의 성장률도 눈부시다. 이 회사의 면세점 매출은 2014년 7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00% 성장한 뒤 올해 1조120억원으로 또 다시 44%늘었다.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 성장률이 35%에서 4%로 줄고, 백화점(2%)과 방문판매(9%)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LG생활건강 역시 화장품 사업에서 면세점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면세점 매출은 583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약 99% 성장했다. 별도법인인 더페이스샵을 제외하고 단일 채널에서 발생한 매출로 최고다. 또 방문판매(31%)와 백화점(4%), 대형마트(4.5%) 등 다른 주요 채널보다 성장률이 앞도적으로 높다.
상황이 이렇자 뷰티 한류를 꿈꾸는 후발업체들도 면세점 입점에 공들이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백화점=고급 화장품’ 인식 때문에 백화점이 선호 1순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면세점이 해외 진출을 위한 인지도 확보와 관광객 매출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핵심 채널로 꼽히면서 이같은 흐름이 반전됐다.
실제 ‘마유크림’으로 유명한 클레어스코리아와 벨포트는 론칭 이래 처음으로 신규 면세점 2곳에 연이어 입점했다. 지속적인 확장을 위해서는 백화점보다 면세점이 더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각종 마스크팩으로 유명한 로얄스킨과 코리아나 화장품도 갤러리아면세점63 등에 둥지를 틀었다. 두리화장품과 엘리샤코이도 올해부터 오프라인 매장 강화 정책을 펴면서 백화점이 아닌 면세점을 택했다.
한국희 NH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면세점 화장품 판매액은 약 4조5000억원으로 한국 화장품 시장 규모의 약 30%에 육박한다"며 "특히 올해는 대기업들의 면세점 신규 참여로 공급이 증가하면서 진입 장벽이 낮아졌고, 앞으로 이들이 중국 관광객 유치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성장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