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인민은행이 21일 하루만 무려 7525억 위안(약 138조원)의 유동성 폭탄을 내던졌다.
인민은행은 21일 오전(현지시간)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로 4000억 위안(약 73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추가로 투입한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28일 만기 2900억 위안 규모 역레포(금리 2.60%)와 1100억 위안 7일물 역레포(금리 2.25%)로 유동성을 공급한다. 이는 지난 2013년 2월 이래 하루 기준 역레포 최대 규모다.
4000억 위안의 엄청난 유동성 투입 소식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인 21일 오후 인민은행은 20개 금융기관에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로 3525억 위안의 유동성을 추가 공급했다. 구체적으로는 3개월(금리 2.75%), 6개월(3.0%), 1년(3.25%) 만기 MLF를 각각 1175위안씩 투입했다.
인민은행은 전날인 20일에도 단기유동성조작(SLO)을 통해 1500억 위안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19일에는 역레포 1550억 위안,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로 4100억 위안을 쏟아내는 등 이날 하루에만 총 6450억 위안(약 118조원, 재정부 국고현금 예금 입찰(800억 위안) 포함)의 돈을 풀었다. 지난 18일에도 SLO로 550억 위안을 시장에 투입했다.
인민은행이 19일 춘제(春節·음력설) 전까지 MLF와 SLO, 담보보완대출(PSL) 등으로 총 6000억 위안의 유동성을 주입하겠다고 선언해 향후 유동성 추가 공급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민은행의 다급한 자금 수혈은 중국 증시 변동성 증가, 경기둔화 우려 증폭, 환율 변동으로 인한 자본 유출 등에 따른 시장 유동성 위축을 막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됐다. 특히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음력설)를 기점으로 늘어날 자금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조치다.
중국은 매년 춘제를 앞두고 시장에 유동성을 대거 주입해왔다. 지난해의 경우 인민은행은 2012년 5월 이래 처음으로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해 6000억 위안 가량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했다.
이에 따라 인민은행이 올해 춘제 전 기준금리 혹은 지준율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 기대감은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미 지준율 0.5%포인트 인하 효과를 웃도는 수준의 자금을 시중에 푼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나 지준율을 인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마쥔(馬駿) 인민은행 수석 경제학자도 "인민은행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은 이로써 기준금리 인하를 대신하려는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 등 카드를 지나치게 남발하면 자본유출과 환율변동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성장률이 25년래 최저치인 6.9% 그치는 등 경기하방 압력이 크고 최근 금융시장 혼란으로 시장 유동성 공급 필요성이 거듭 제기돼온 만큼 여기에 더해 지준율, 혹은 기준금리 인하가 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태군안 증권은 21일 보고서를 통해 "당국의 통화완화 기조는 지속될 것이며 시장 유동성 악화를 인민은행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춘제 전 자금수요 규모가 3조 위안(지난해 12월~올 1월 외국환평형기금 감소분 1조2000억 위안, 납세 4000억 위안, 현금 수요 1조위안, 역외은행 위안화 지급준비금 200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증시는 인민은행의 유동성 공급을 기준금리 인하 포기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19일 성장률 발표와 함께 부양책 기대감으로 3000선을 회복했던 상하이종합지수는 20일에 1%를 웃도는 하락세를 보인데 이어 21일에 전거래일 대비 3.23% 주가가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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