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서울 강서구 소재 보라유치원을 방문, 유치원 관계자 및 학부모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기획재정부]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그동안 누리과정과 관련해 침묵해 왔던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교육감들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전국이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으로 보육대란에 빠진 상황에서 예산 편성과 집행을 담당하는 경제부총리의 책임 있는 해법 제시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으나 그간 유 부총리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전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법적으로 누리과정 예산 지원은 시도교육청의 의무라는 점과 시도 교육청의 예산 편성 여력도 충분하다고 지적하자 유 부총리도 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목소리를 낸 것으로 보인다.
유 부총리는 26일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재량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준수해야 할 법적인 의무"라며 "일부 교육감들이 누리과정을 본연의 의무로 인식하지 않고 예산편성을 거부해 국민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도 교육청의 누리과정(만 3∼5세 공통무상보육) 예산 미편성에 따른 실태 파악을 위해 서울 강서구 소재 보라유치원을 찾아 유치원 관계자,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연 자리였다.
유 부총리는 누리 과정은 지난 정부 때인 2011년 5월 보육·교육 공통과정을 국가가 책임지되, 재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도입된 것으로 당시 교육감들도 도입에 찬성해 문제없이 예산을 편성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2014년 교육감 선거 이후 교육감들이 바뀌면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부총리는 "올해 지방교육재정 여건을 들여다보면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편성할 수 있다"며 "2016년에는 교육재정교부금이 1조8000억원 증가하고 부동산시장 개선 등에 따른 취등록세 증가 등으로 지자체 전입금도 1조원 이상 증가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세출 측면에서도 낭비를 줄일 곳이 많다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매년 전체 교육청이 남기는 인건비가 5000억원에 이른다"며 "의무지출경비인 누리과정은 편성하지 않으면서 법적 근거가 없는 교육감 공약사업은 1조6000억원 전액 편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서울, 경기, 강원 등 7개 교육청의 재정상황 분석 결과, 자체 재원과 지자체 전입금 등으로 12개월분을 모두 편성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유 부총리는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유치원 보육료를 지급할 수 있는데 학부모를 볼모로 국비 지원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아울러 유 부총리는 누리과정 전액 추경편성을 하는 곳에는 해당 교육청분 예비비를 전액지원하고 일부라도 편성하는 곳에 일부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누리과정 문제의 핵심은 국민께서 내주신 세금을 어떤 우선순위로 쓸 것인가의 문제"라며 "국비지원 운운하며 국민들의 추가부담에 기대려 할 것이 아니라 누리과정 예산을 우선적으로 편성해 주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일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대통령이 말한 교부금 41조는 2013년 교부금과 같은 액수인데, 인건비, 물가 상승, 학교 신설을 따져보면(오히려 줄어든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어 이 교육감은 "누리과정 지원은 법률 어디에도 의무사항으로 규정돼 있지 않고, 오히려 지방자치법에서는 국책 사업을 지자체에 떠넘길 수 없고, 만약 넘긴다면 행·재정적 지원을 하게끔 돼 있다"며 "(누리과정)은 국가가 의무적으로 지원할 사항이지 교육청에 떠넘길 사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육감은 "정부가 진지한 태도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데 그 노력은 하지 않고 교육청만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무책임한 일을 저질렀다"며 "이게 정부인가 하는 생각이 들고, 참담함 마저 느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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