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이른바 '권력자' 발언에 당내 계파 간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앞서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나 국회선진화법이 지난 18대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거의 많은 의원들이 반대했지만 당시 '권력자'가 찬성으로 돌아서자 반대하던 의원들도 찬성으로 돌아서 버렸다"고 말했다. 권력자는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을 이끌던 박근혜 대통령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되면서, 청와대와 여당 대표가 다시 한 번 각을 세웠다는 논란이 일었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친박(친박근혜)계의 좌장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김 대표의 바로 옆에 앉은 상태에서, 김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을 강하게 비난했다.
서 최고위원은 "김무성 대표는 왜 권력자 발언을 해 가지고 분란을 일으키는가"라며 "이런 얘기를 해 봤자 당에 어떤 혜택이 돌아오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권력자는 김 대표"라며 "모든 인사권을 틀어쥐고 당내 회의에 다 참석하고, 금년도 대권 1위 후보 반열에 오른 이 이상의 권력자가 누가 있느냐"라고 비꼬았다.
그는 "김 대표가 당 대표로서 (국회선진화법 통과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사과한다고 해 놓고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면서 "권력자란 말을 쓰지 마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대표가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권력 주변 수준 낮은 사람들은 완장을 차고 권력자 이미지를 손상시킨다"며 친박계를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역공을 펼쳤다.
서 최고위원은 "지금 김무성 대표 주변에도 김 대표의 다음 대권을 위해 완장을 찬 사람들이 매일 별의별 짓을 다 하고 있지 않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우리 당에서 절대적으로 경선 여론조사에서 1위를 가져가고 있는 사람, 이 이상의 정부여당 권력자는 그 사람밖에 없지 않나"라며 "안심번호 같은 것도 자기가 독자적으로 가서 문재인 대표하고 합의해오는 등 얼마나 많은 그런 부분들이 있나, 최고 여당의 1인자가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서 최고위원은 "누울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는 얘기가 있다"면서 "지금 엄중한 시기인데 대표 얘기로 인해 (당이) 이런다는 것은 이 시점에선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비공개 회의 때는 이와 관련해 김 대표와도 별다른 얘기가 없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서 최고위원은 "서로 다 찜찜하니까 그 부분에 대해 내가 사과하라고 할 수도 없고, 일절 언급이 없었다"면서 "당이 어려우니까 대표도 좀 자중해달라는 얘기를 받아들여서 아무 얘기도 안 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날 "각종 언론에서 우리 새누리당의 마치 코메디를 보는 것처럼 희화화되고 있다"면서 "자만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더 이상 계파갈등으로 자기 이익을 챙기는 모습으로 국민들께 비춰진다면 저희들의 미래는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회의 직후 그는 기자들에게 "포괄적으로 당 대표와 우리 최고위원들 간에 견해차가 있는 것 같다"면서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