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합헌이냐, 위헌이냐." 결국 심판대에 올랐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 등을 제한한 '개정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의 운명이 종착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8일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의 첫 공개변론을 열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같은 날 이례적으로 국회선진화법 중재안을 대표 발의(여야 20명 서명)했다. 국회선진화법 개정 고수 입장을 드러낸 당정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가칭)은 동상이몽이다.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싸고 입법·행정·사법부가 복잡한 형태로 얽히고설킨 셈이다.
◆헌법 49조와 국회법 85조 大충돌
여야와 헌법전문가 등에 따르면 국회선진화법의 핵심 쟁점은 국회법 제85조(심사기간)와 85조의 2 제1항(안건의 신속처리)이다. 전자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과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로 엄격히 제한한 조항이다.
후자는 쟁점 법안의 경우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신속처리 법안으로 상정할 수 있도록 한 '가중 다수결'과 직결된다. 반면 헌법 제49조는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명시했다. '가중 다수결' 문제를 입법 재량 문제로 볼 수 있느냐가 위헌 여부의 핵심인 셈이다.
헌재의 최종 선고 결과는 알 수 없다. 사법부 최종 판결 이전 여야가 '정치적 합의'를 통해 국회선진화법의 문제를 풀 수도 있다. 정국이 △정의화 중재안 극적 합의 △중재안 무산에 따른 여당 단독 추진 △헌재의 위헌 판결 등에 따라 요동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의화 중재안'의 극적 합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의화 중재안의 핵심은 '신속처리안건 지정요건 완화'(현행 재적의원 60% 이상 동의→과반)와 '소요기간의 대폭 단축(현행 330일→75일)이다. 플러스알파로 직권상정 요건 완화 조항까지 포함하자는 게 새누리당 안이다.
◆與 단독추진 불사 vs 더민주 '검토'… 安 가세
문제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안 각론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차다.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 완화에 방점을 찍는 반면, 제1야당은 예산안 자동부의(12월 2일) 조항 개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선진화법 중재안에 반대하지만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며 진전된 입장을 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민의당'(가칭) 창당을 주도하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도 이와 관련, "20대 국회에서 개정할 것"이라며 캐스팅보트를 고리로 주도권 확보전에 나섰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이르면 29일부터 문을 열고 개정 논의에 돌입할 예정이다.
'정의화 중재안'이 무산된다면,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단독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새누리당은 국회법 제87조(위원회에서 폐기된 의안)를 앞세워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의 '우회 상정'을 시도한 바 있다.
이 경우 여야 갈등, 여권 내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갈등은 물론, 청와대와 국회의 전면전이 확전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심판론' 대 범야권의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충돌하면서 20대 총선 프레임 전쟁의 핵심축으로 격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헌재의 위헌 판결이다. 선거구 획정과 같이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싼 끝없는 갈등으로 출구가 막혔을 경우 사법부가 '합헌·위헌' 여부를 가리면서 운명의 마침표를 찍을 수도 있다. 핵심은 국회선진화법이 국회의원 개개인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다.
5선을 지낸 박찬종 아시아경제연구원 이사장(변호사)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헌법은 헌법개정과 대통령 탄핵,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의 재의결 등 예외적으로만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라는 요건을 명시했다"며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은 '의결'이 아닌 '본회의 상정'에 가중 요건을 둔 것으로, 헌법의 의결정족수 조항을 비춰봤을 때 위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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