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전남 고흥. 섬마을에 사는 수옥(김소현 분)은 여름방학, 고향으로 돌아올 다섯 친구를 기다린다. 다섯이어야 오롯이 하나가 되는 이들은 다리가 불편한 수옥을 위해 서로의 등을 내어줄 정도로 돈독한 사이. 이들은 첫사랑이자 아픈 손가락인 수옥을 챙기며 여름날의 추억을 쌓아간다.
무뚝뚝한 성격의 범실(도경수 분)은 친구 중에서도 가장 살뜰히 수옥을 챙긴다. 수옥이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해주고 싶은 범실은 하루빨리 수옥이 다리 수술을 받아 걸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하지만 영원할 것만 같았던 여름은 끝나고 다섯 친구는 예기치 못한 다툼을 벌이게 된다. 서툴고 혼란스러운 열일곱, 친구들은 서로를 상처 주고 할퀴며 외면하게 된다.
특히 시종 따듯한 감성을 유지하는 ‘순정’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전남 고흥 올로케이션으로 더욱 아름답고 아련한 추억처럼 그려진다.
실제 또래 친구들 같은 도경수, 김소현, 연준석, 주다영, 이다윗의 연기 합 또한 보는 재미를 더한다. 다섯 배우는 이은희 감독의 자유로운 디렉션 아래 더욱 실감 나는 10대의 모습을 완성했다.
다만 매끄럽지 못한 전개, 1991년도라는 배경 설정 및 소모적인 캐릭터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수옥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사건들은 뭉텅뭉텅 잘라놓은 듯 매끄럽지 않고 인물들의 심리 표현 역시 과감하게 생략한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무언가’ 할 것 같은 제스쳐만 취하는 산돌(연준석 분)이나 주인공 친구로서의 역할만 충실히 하는 오총사의 마스코트 개덕(이다윗 분)의 캐릭터 역시 소모적이고 단순하다.
또 1991년도라는 설정 역시 아깝다. 영화 ‘건축학개론’이나 드라마 ‘응답하라1998’처럼 그 시절의 추억을 공유할 만한 요소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라디오 DJ라는 소재를 적극 활용해 그 시절을 대변하는 음악을 곳곳에 배치한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캔자스의 ‘Dust in the wind’는 전주만으로도 관객들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 강한 여운을 담고 있다. 제목만큼이나 솔직하고 직접적인 감수성이 돋보이는 ‘순정’은 2월 2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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