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 "포도나무 덩굴은 십수년 이상 땅에 깊게 뿌리박혀서 땅의 힘을 빨아들입니다. 땅이라는 건 '오랜 시간의 축적물'입니다. 이런 면에서 와인은 자연의 성숙함이 담긴 신비로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술의 기본도 바로 자연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재료를 작가가 변형·활용하는 것이니까요. 와인과 예술은 이렇게 서로 닮아 있습니다."
이우환 화백(80)은 2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샤또 무똥 로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 2013' 라벨 원화 공개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화백은 또 "고등학생 때부터 와인에 관심이 많았다. 성경의 영향도 있었다. 지난 1971년 파리를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부터 줄곧 프랑스에 가면 와이너리를 꼭 방문하곤 하는데, 지금은 와인 없는 식사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며 와인 마니아임을 자처하기도 했다.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프랑스 1등급 와인 '샤또 무똥 로칠드'는 1945년 이래 매년 저명한 예술가와 함께 라벨 작품을 만들어 왔다. 살바도르 달리(1958), 마르크 샤갈(1970), 바실리 칸딘스키(1971), 파블로 피카소(1973), 앤디 워홀(1975) 이외에도 내로라하는 전 세계 예술가들이 이 와인 라벨 작업에 참여했다.
이 화백은 아시아인으로서는 세 번째,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샤또 무똥 로칠드' 라벨 그림을 그린 예술가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줄리앙 드 보마르셰 드 로칠드(Julien de Beaumarchais de Rothschild) 샤또 무똥 로칠드 소유주는 이 화백을 '2013 빈티지' 라벨의 주인공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예술가로서의 애정, 와인에 대한 애정 그리고 '한국'의 아티스트라는 점을 고려했다. 또한 이 화백의 작품과 '샤또 무똥 로칠드'의 정서·취향 등이 매우 비슷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샤또 무똥 로칠드'는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부자 와인', '명품 와인', '죽기 전에 한 번쯤 마셔보고 싶은 와인' 등으로 통한다. 깊고 그윽한 맛과 향 그리고 실크처럼 부드러운 여운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그만큼 가격이 비싸 누구나 쉽게 접하기는 힘든 와인이기도 하다. 이날 행사에서 공개된 '샤또 무똥 로칠드 2013'은 국내 소매점 기준으로 80만 원대에 판매된다.
한편 이 화백은 지난해부터 불거진 '위작 유통' 논란에 대해선 "일절 답을 하지 않겠다. 변호사와 상의하라"며 말을 아꼈다.
이 화백의 법률 대리인인 최순용 변호사는 지난 25일 위작 존재 여부에 대해 "수사의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에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언론보도가 나오지 않기를 당부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며 "이 화백이 '내가 보고 확인한 작품 중에는 위작이 없다'는 인터뷰 내용이 '내 작품은 위작이 없다'는 식으로 보도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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