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영 한국핀테크연합회 상근부회장은 1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규제를 어떻게 풀어서 어떤 핀테크 서비스가 혜택을 받았다는 내용은 없고 정부에서 나홀로 규제 개혁만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미국·영국보다 규제 푸는 중국이 더 무섭다"
홍 부회장은 핀테크 산업 활성화의 걸림돌로 규제를 가장 먼저 꼽았다.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규제에 막혀 서비스를 선보이지 못하는 핀테크 업체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어 "그렇게 탄생한 것이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인데 사실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간편 결제, 소액 송금과 같은 서비스를 그들보다 10년 이상 앞서 개발했지만 규제 때문에 상용화하지 못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여신금융법, 대부업법 등 규제가 너무 많은데다 여기에 몇 백 페이지에 달하는 규준도 있어 이것을 다 맞추지 못하면 서비스를 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해외의 경우 새로운 기술 시장이 일정 규모로 성장하기 전까지는 유연하게 두고 향후 그 이상으로 커지면 사후 규제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데 반해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차단해 버린다"면서 "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지만 상용화를 하지 못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일단 허용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규제하면 되는데 해보지도 않고 전부 불법이라고 안 된다고만 하면 핀테크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면서 "이렇게 몇 년이 지나면 중국에게 대한민국이 잠식 당할 것이기 때문에 규제를 풀어 대항할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플랫폼·빅데이터 기반으로 움직이는 롱테일 경제 추구해야"
특히 홍 부회장은 인터뷰 내내 롱테일 경제를 강조했다. 롱테일 경제는 미국의 인터넷 비즈니스 잡지인 '와이어드'의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하위 80%의 '사소한 다수'가 상위 20%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론이다. 상위 20%를 강조하는 파레토 경제와 반대되는 이론이다.
그는 "오프라인 중심의 상위 20%만 챙기고 하위 80%는 버리는 경제의 경우 80%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메우기 위해 20%에 고마진을 붙이게 돼 결국 서민들이 소외될 수밖에 없다"면서 "상위 20%만 살아남고 나머지 80%가 무너지면 경제가 더욱 어려워 지기 때문에 거시적으로 미국의 아마존, 구글, 애플이 하는 플랫폼·빅데이터 기반의 롱테일 경제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빅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홍 부회장은 "제주도에 많은 중국인이 찾고 있지만 대부분 현금이나 알리페이로 지불하기 때문에 정보가 모이지 않아 통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알리페이를 쓰면 그 데이터는 알리바바에 쌓이기 때문에 맞춤형 서비스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때문에 우리도 핀테크를 활성화시켜 빅데이터를 모아야 한다"며 "데이터가 모이면 다시 방문했을 때 소비 패턴, 선호 상품 등이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1년에 80만명의 소상공인이 생겨나고 200만명이 망하고 있는데 창업 패턴을 보면 부동산에 가서 대충 월세나 알아보고 주변 상권을 대략 분석하는 수준에서 개업을 하기 때문에 6개월 안에 다 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서민들의 경우 정보에 약하기 때문에 상위 20%만 갖고 있는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면서 "핀테크를 활용할 경우 소상공인이 업종을 선택하면 해당 상권의 나이대·성별·소비패턴·소득 등의 빅테이터를 분석, 어떤 사업을 하면 월매출이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알려줄 수 있게 된다. 대한민국 80% 서민경제를 살리는 것이 바로 핀테크다"고 설명했다.
◆ 롱테일 경제 핵심은 블록체인
또 그는 "블록체인은 개방됐기 때문에 투명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이 독점할 수 없는 혁신 기술이다"며 롱테일 경제의 핵심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강조했다.
블록체인은 온라인 금융거래에서 해킹을 막는 보안 신기술이다. 기존 금융거래 정보는 중앙집중형 서버에 저장됐으나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참여자 다수의 서버에 분산 저장되고 수시로 업데이트돼 해킹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홍준영 부회장은 스마트 그리드를 예를 들며 "과거 태양광, 풍력,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전력을 저장·관리·운영하는 소프트웨어 기술력 없이 무리하게 하드웨어에 집중 투자하다 대부분 사업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실질적인 대안은 새로운 P2P(개인간 개인) 시대를 열어가는 탈(脫)중앙방식의 소프트웨어고 대표적인 것이 바로 블록체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 그 자체가 P2P를 위한 프로토콜이다"면서 "거래 당사자들의 내역이 해당 거래자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의 전체 참여자 각자의 PC, 스마트폰 등에 저장되고 10분 단위로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특정인이 모든 PC를 장악해 조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은행들이 100억씩 투자해 핀테크 업체 모시고 가야"
홍 부회장은 은행들의 보신주의 대해 쓴소리도 내뱉었다.
그는 "은행들이 핀테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까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은행들이 스타트업과 협업을 맺고 혁신하면 KPI(핵심 성과 지표)를 올려준다니까 MOU(업무협약)만 맺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에서도 규제를 풀면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성공하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은행들 때문에 규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면서 "은행들의 경쟁력이 부족해 규제를 풀면 전부 무너지기 때문에 쉽게 규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은행들이 핀테크에 대해 모르면 그냥 미친 척하고 내일이라도 당장 스타트업에 100억씩 투자해야 한다"면서 "빨리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또 "지금 대한민국에서 롱테일 경제 열어가는 방법은 핀테크 밖에 없다"면서 "활용하지 않으면 은행 전부 죽는다. 서민경제 무너지면 은행이 살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기업들에 대해서도 "과거 대기업들이 정보를 독점해 제임스 본드처럼 비공개적으로 움직이는 방식은 상위 20% 시대에는 통했지만 지금처럼 일반사람들도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를 갖고 있는 P2P 세상에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의 경우 자신들이 가진 기술은 검색 엔진 하나고 태양광, 무인자동차 같은 기술을 전부 사들이고 있다"면서 "이를 모두 직접 개발하려고 했다면 1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구글은 플랫폼을 활용해 시간과 공간을 분리하는데 성공했고 효율성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누구를 죽이기 위한 인수합병(M&A)가 아닌 구글과 같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상생형 인수합병(M&A)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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