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과의 만남에서 '한반도 핵문제'를 거론하며 서로 충돌하지 말고, 서로 존중해나가자고 강조했다.
28일 중국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케리 장관과 만나 양국이 그동안 '신형대국관계'를 통해 무역, 군사 등 양자관계와 지역·글로벌 문제에서 효과적으로 협력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중미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세계를 이롭게 하는 대사(大事)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해왔다"며 "쌍방은 양국 지도자가 달성한 컨센서스(신형대국관계)를 실행하며 불(不)충돌·불대항, 상호존중, 협력공영(윈윈)의 원칙을 견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불충돌·상호존중' 등의 발언은 "우리 두 나라는 이란핵, 한반도 핵문제, 아프가니스탄 등의 글로벌·지역 문제에 대해 시의적절하게 소통해왔다. 나는 우리의 관계발전에 만족한다"는 발언 뒤에 이어졌다.
이란핵이나 북핵 등 글로벌·지역 현안에 대한 미중 간 협력은 '신형대국관계', '상호존중' 등의 원칙을 기초로 삼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이다. 중국이 밀어붙이는 '신형대국관계' 속에는 양국이 서로 영토·안보 주권 등과 관련된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시 주석의 이런 발언은 결국 북핵 등 중국의 '핵심이익'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도 반드시 중국의 의견을 경청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핵문제' 표현 등은 중국 외교부의 공개자료에서는 누락됐지만, 미국 국무부가 영문으로 번역해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시 주석 발언'에는 포함돼 있다. 중국은 일반적으로 정상회담 등 외교회담 등과 관련해서는 회담내용 중 일부만 취사선택해 공개해오고 있다.
AP통신은 케리 장관은 이날 시 주석에게 중국이 이란 핵 문제와 기후변화 등의 문제에서 '결정적인 역할'(critical role)을 했음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케리 장관은 앞서 열린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의 '마라톤 회담'에서도 북한에 대한 중국의 "특별한 역할"을 강조하며 중국이 더욱 강력하고 적극적인 대북제재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과의 양자 회담에서도 케리 장관은 대북제재에 대한 양측의 현저한 입장 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국무위원은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과 관련, 한반도 비핵화 추진·한반도 평화안정 수호·대화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위해 중국이 노력할 것이라는 뜻을 재차 표명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중국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이번 미중 고위급 접촉 결과에 대해 양국이 대북제재 '수단'과 '목표'를 놓고 크게 대립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와의 인터뷰에서 "(대북) 제재의 수단과 목표에서 큰 갈등이 존재한다"며 "미국은 원유지원 금지조치 등을 동원해 '몽둥이 한 방으로 때려잡겠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유수출 금지와 같은 (북한의) 국민경제에 엄중한 위험을 주는 방법은 조선(북한) 사회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며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고 중국 과 한국에도 좋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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