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부원·장슬기 기자 = 금융위원회가 연초부터 금융사는 물론이고 수많은 국민으로부터도 질타를 받고 있다. 개혁 차원이라며 내놓은 정책이나 시장 대응책이 번번이 공감을 얻지 못하고, 되레 관치 논란만 초래하면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31일 금융·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가 최근 발표한 중금리 대출 활성화 방안을 둘러싸고 업계에서 불만이 만만치 않다.
금융위는 연초 업무계획을 통해 연 10%대 중금리 신용대출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은행과 제2금융권 사이에 놓인 금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그동안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시장금리나 수수료 결정에 개입하지 않겠다"면서 시장 자율성을 강조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은행권과 저축은행에 각각 5000억원씩 총 1조원에 달하는 재원을 조성하도록 했다.
이뿐 아니라 한도액과 이율도 당국이 직접 정했다. 은행은 연 10% 이자로 2000만원까지, 저축은행도 1000만원 한도에 연 15% 이율로 빌려주라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를 제대로 실행하는지에 대한 점검도 실시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실행 여부를 점검까지 하겠다는 당국 조치를 가이드라인 정도로 받아들일 금융사가 있을지 의문이다.
불만은 카드업계와 대부업체에서도 나온다. 카드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을 기존 1.5%에서 0.8%로 인하한 것, 대출관련 법정이자율 상한선을 30% 이하로 낮춘 것도 모두 금융위 주도로 이뤄졌다.
증권업계에서는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우려에 대한 금융위 대응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부랴부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진화에 나섰다. 홍콩 H지수가 8000선 아래로 떨어지면 약 2조원대 ELS 물량이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업계에서 추산됐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에 대해 ELS 가운데 96.7%가 2018년 이후 만기 도래하므로, 그전에 H지수가 회복된다면 손실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ELS가 수조원대로 팔려나가는 과정에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는데도, 감독 의무가 있는 당국이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피해자대책위원회를 통해 구체적인 불완전판매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사에 대한 '영화표 강매 논란'으로 금융위에 대한 신뢰는 한 번 더 떨어졌다. 금융위가 홍보대사로 뽑은 임시완씨 주연인 영화 '오빠생각' 예매권을 금융사별로 적게는 3000장, 많게는 5000장까지 구매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금융위는 "임시완씨가 바쁜 와중에도 핀테크 홍보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줬고, 금융권이 영화를 응원하자는 공감대 차원에서 영화표를 활용한 것일 뿐 강매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일일이 전화를 걸어 영화표를 사도록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 금융위가 유선으로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며 "약 1000만원어치에 달하는 물량을 부탁했었다"고 말했다.
조남희 대표는 "관치금융이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직권남용을 하는 금융위를 개혁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금융개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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