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동주’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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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1-2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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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박스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잎새 이는 바람에도” 괴로웠던 이들. 너무도 아팠고 아름다웠던 두 청춘의 이야기가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제작 ㈜루스이소니도스·제공 배급 메가박스㈜플러스엠)에 담겼다.

이름도, 언어도, 꿈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던 1945년 일제강점기. 한 집에서 나고 자란 동갑내기 사촌지간 동주(강하늘 분)과 몽규(박정민 분)은 가장 가까운 사이이자 라이벌이다. 몽규는 거침없는 성격으로 신념을 위해 행동하고, 동주는 그런 몽규를 동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질투를 감출 수 없다.

어느 날, 몽규는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가족들은 그를 ‘작가’라 부르며 치켜세운다. 시인을 꿈꾸는 동주는 번번이 아버지의 반대와 신춘문예 낙선에 시달리고 글에 미련이 없는 몽규의 당선에 속으로 열등감을 삭힌다.

동주와 몽규는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혼란스러운 나라를 떠나 일본 유학길에 오르고 독립운동에 대한 의견 차이로 점점 사이가 멀어진다.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에 매진하는 몽규는 시 쓰는 동주가 “도피하는 것 같아” 마뜩잖고, 동주는 비극의 시대 속에서 계속 시를 쓰는 것이 옳은 일인지 고민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영화의 색채다. 흑백 영상으로 만들어진 ‘동주’는 두 인물의 감정 및 비극의 시대를 정직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의 이목을 끈다. 색채를 뺀 흑백 영상은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이 느껴지며 빛의 강약과 배우들의 표정에 많은 신경을 기울여 높은 몰입도와 무게감을 더한다.

또한, 영화는 두 인물의 심리와 감성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섬세한 화법으로 풀어낸다. 비극적 삶과 아름다운 시를 교차시키며 그 시대의 아픔을 더욱 극대화 시켰다는 평이다. 윤동주와 송몽규라는 인물의 인간적인 모습과 감정을 가깝게 그리며 두 사람의 생애와 비극, 시를 온전하게 담아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동주’를 대하는 강하늘, 박정민 그리고 이준익 감독의 존경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배우들의 열연 역시 칭찬하고 싶은 부분. 강하늘은 질투, 사랑, 미움, 행복 등의 감정을 통해 인간 윤동주를 더욱 입체적이고 세밀하게 표현했고 박정민 역시 송몽규의 치열한 삶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영화 말미 취조실에서 교차하는 두 배우의 열연은 영화의 백미다.

정갈하고 담백하며 얼얼한 이야기. 관객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것에는 윤동주 시인의 명시가 크게 일조한다. 영화 중간중간 삽입되는 시들은 강하늘의 음성으로 더욱 먹먹하고 아련한 감성을 완성한다. 특히 ‘서시’, ‘별 헤는 밤’, ‘쉽게 쓰여진 시’ 등은 현재 아픔을 겪는 청춘들에게도 충분한 위로와 공감을 선물할 것으로 보인다. 2월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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