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DB]
31일 미래창조과학부 및 업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28일까지 우체국은 10만3000여 명에 달하는 알뜰폰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우체국 알뜰폰은 2013년 9월 첫 판매를 시작한 후 다음 해 5월 가입자 10만명 돌파, 지난해 12월 30만명에 도달한 점을 고려하면 기염이다.
큰 폭의 가입자 증가는 연초 에넥스텔레콤의 기본료 0원 요금제(한달 50분 무료 통화 제공)와 이지(EG)모바일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3만9000원(부가세 미포함), 음성 및 문자 무제한, 4G 데이터 10GB) 출시가 이용자의 관심을 끈 덕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요금제 출시는 알뜰폰 시장 성장 둔화 국면에 직면한 사업자들의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알뜰폰 고객 층의 포화, 알뜰폰 사업자간 경쟁, 알뜰폰 가입자의 해지 시작(서비스 개시 후 4년 차 진입)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다만 무료통화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단기적으로는 알뜰폰 업체의 가입자 확대에 기여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망 도매대가와 운영비용 등을 고려하면 재무부담을 과하게 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우체국은 직접 알뜰폰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며, 알뜰폰 가입을 위한 서류접수 등을 대행해준다. 그만큼 우체국에는 가입자 1인당 2만원의 판매수수료를 지급한다.
아울러 인당 3500원 수준을 이동통신사에 망 임대료로 지급하는데, 우체국 알뜰폰 첫 주 가입자만 봐도 70%가량이 기본료 6000원 이하의 저가 요금제 가입자다. 게다가 첫 주 가입자가 3만5826명, 둘째 주 2만7185명, 셋째 주 2만1114명 등으로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부 알뜰폰 사업자의 재무 상태는 우려스러운 수준이라 공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에 공격적 마케팅을 진행하는 에넥스텔레콤의 경우, 2014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701%에 육박하고 이지모바일의 경우도 1400%를 상회한다. 양사의 경우 영업이익과 순이익 규모 역시 적자와 흑자를 오가는 수준이다.
열악한 원가 구조 등으로 인해 양질의 수익 구조를 가져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경우 알뜰폰 판매를 시작한 이후 영업이익률이 2011년 22.1%에서 2014년 8%까지 하락한 바 있다.
일례로 에넥스텔레콤의 요금제의 경우 기본량 50분 외의 추가 이용에서 수익을 얻어야 하는 데, 가입자 대다수가 기본량 이내에서의 통화량에 그친다면 자칫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이 가입자 확대를 먼저 추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부가서비스를 추진하는 것은 해당 요금제 가입자가 오직 요금제 자체의 매력으로 인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쉽지 않을 수 있다. 후에 타 업체에 사업을 매각하는 것도 옵션일 수 있으나, 이 경우도 불건전한 재무상황으로 인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알뜰폰 보급률이 정부 목표인 10%에 부합했으며 올해는는 목표치 12%를 상회할 것으로 보여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알뜰폰이 이미 요금인하 효과를 크게 내고 있는데다 선진국의 경우 12~13%에서 더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이통사와 알뜰폰 경쟁 구도가 아닌 알뜰폰간 경쟁 구도로 전개될 것"이라며 "혹시 알뜰폰 사업자 가운데 재정적으로 극단적 상황에 직면하는 사업자가 출현하게 되면, 이후 정부발 요금 인하 규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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