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스마트폰의 평균단가까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휴대폰 제조사들은 '포화시장'과 '가격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지난 1월, 올해 스마트폰 세계 시장 규모가 3997억 달러(약 483조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면서 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그 동안 스마트폰은 세계 IT 시장을 이끈 주역으로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여왔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과 삼성이 견인하면서 2010년 시장규모 1176억 달러(약 142조원)에서 2011년에는 1812억 달러(약 219조원)로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꾸준히 두 자리수 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시장조사업체 IDC는 2015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9.8%에 그쳤다고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한 자리수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했으나, 성장이 멈춘 것은 아니다. CTA는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14억1400만대가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2015년 기록한 13억9000만대 보다 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스마트폰 수요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에 여전히 활발하며, 세계 스마트폰 수요의 71%가 신흥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의 가격이다. CTA는 올해 스마트폰의 평균단가가 283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15년의 305달러 보다 약 7% 하락한 수치다. 2010년에 기록한 440달러와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CTA통계를 분석하면, 중저가폰이 대두되면서 출하량은 늘고 있지만 가격하락으로 인해 시장규모가 정체되는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번 삼성전자의 실적발표에서도 판매량을 유지해도 실속이 없는 상황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명진 삼성전자 IR팀장(전무)은 "휴대폰 판매량은 9700만대로 이 중 80%가 스마트폰"이라며 "평균판매단가(ASP)는 180달러 중반"이라고 설명했다. 판매대수는 어느 정도 유지했지만, 단가하락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줄어든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고가폰을 중심으로 한 상품 전략을 수정할 방침을 내비치기도 했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도 중저가폰 시장이 형성되면서 스마트폰의 단가하락 바람은 거세지고 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9월에 출시한 TG앤컴퍼니의 중저가폰 루나(LUNA)는 누적판매량이 15만대를 돌파했으며, 최근 선보인 쏠(Sol)은 출시 일주일 만에 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다.
KT도 삼성전자의 갤럭시J7으로 중저가폰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갤럭시J7은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2개월 동안 10만대가 판매됐다. LG유플러스의 저가폰 화웨이 'Y6'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되면서 '포스트 스마트폰'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대안이 없는게 현실이다. 포스트 스마트폰으로 떠오른 웨어러블 기기들도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는 "당분간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 속에서 소프트웨어 등 콘텐츠를 차별화한 단말기들이 출시되면서 점유율 쟁탈전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