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막장으로 치닫는 양·한방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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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0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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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양의들이 병원에 오면 진료 거부합시다" vs "한방은 복지부가 아니라 문화관광부에서 관할해야 합니다. 전통관광 명소로…"

의사들과 한의사들의 갈등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동의보감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것보다 귀신 보는 법을 알려주는 게 빠르겠다"고 의사들이 비아냥 거리면 한의사들은 "한의학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양의들에게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비난한다. 일부 의사들은 "한의사들은 가마나 끌고, 푸세식 변소나 쓰라"는 식의 감정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최근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촉발된 대립이다. 
정부가 2014년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혁의 하나로 한의사의 진단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면서 양·한방계 싸움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주요 내용은 의사들에게 허용된 엑스레이와 초음파 등 진단 의료기기를 한의사들도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양측의 골이 깊어지면서 정작 중요한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작 자신들은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특히 일부 의사들의 "수험생들에게 한의사는 의사가 아니라고 가르쳐야 한다" "한방사들은 어차피 의대갈 실력이 안되는 루저들" "한의대에서 강의하는 의대 교수에게 패널티를 주자" 등의 주장은 지적 수준까지 의심케 할 정도다.

'과학'을 다룬다는 이들이 정작 '이성'은 갖추지 못한 듯 싶다. 양측의 감정적 대립이 격화되면서 한 포털사이트의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찬반 투표게시글은 폐쇄됐다. 실제 게시판에는 '간단한 진단 기기는 허용해도 되지 않나'는 식의 주장이 다수 달렸지만 '무식한 사람'이라는 폭격 수준의 댓글이 달라면서 정상적인 논의가 불가능해보였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한의학은 조상 대대로 민중들의 삶에 뿌리깊게 박혀있고 서양 문물의 홍수속에서도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유산"이라며 "폄하 당하고, 박멸 당해야 할 학문이 아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노벨상을 수상한 중의학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어 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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