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대한민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전 세계 기업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PR업체 에델만의 한국법인인 에델만 코리아(대표 장성빈)는 PR학회(학회장 김찬석 청주대 교수)와 공동으로 21일 서울 수하동 페럼타워에서 개최한 ‘신뢰와 기업 위기 관리 특별 세미나’에서 발표한 제16회 ‘2016 에델만 신뢰도 지표 조사(2016 Edelman Trust Barometer)’ 결과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매년 스위스 다보스(Davos) 포럼에서 발표되는 에델만 신뢰도 지표 조사는 세계 여론 주도층과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정부, 기업, 비정부기구(NGO), 미디어 등 주요 사회 주체에 대한 신뢰도를 파악하고, 개인 및 그룹 간 신뢰 형성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의 변화를 분석하는 지표다.
28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 결과 여론 주도층과 일반 대중의 신뢰도 격차가 크게 벌어졌으며, 한국인의 기업 신뢰도가 33%로 작년보다 3%p 상승했지만 조사 대상 전 세계 28개 국가 중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여론 주도층의 신뢰도가 일반 대중보다 높았지만 영향력은 일반 대중이 더 높았다는 점이다. 소수 여론 주도층의 영향이 컸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채널과 방대한 정보,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 등으로 인해 일반 대중의 독립적 견해가 강해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론 주도층과 일반 대중의 신뢰도는 각각 50%와 40%로, 10%p이상 격차를 보였으며 이는 2012년 이후로 약 4%p 가량 증가한 수치다.
기업, 정부, 미디어와 NGO에 대한 기관별 신뢰도는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한국에서는 특히 NGO와 정부에 대한 전체 응답자 평균 기준으로 신뢰도가 각각 6%p, 5%p 이상 상승하여 4개 기관 중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반면 기업 신뢰도는 전 세계 평균보다 20%p 이상 낮은 33% 수준에 머무르며 전 세계 조사 대상 국 중 한국의 기업 신뢰도가 최하위로 나타났다. 해외국적 기업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도는 전반적으로 상승했지만 자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해 비해 3%p 하락한 37%를 기록하며 매우 낮은 순위에 머물렀다.
‘내가 일하는 회사를 신뢰한다’고 답한 한국 임직원 비율은 불과 55%로 28개국 중 23위를 기록했다. 기업 신뢰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임직원의 지지’라는 점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기업에 대한 불신은 내부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역설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사회문제 해결을 이끌 것 같은 대상’을 묻는 질문에서는 전체 응답자 평균 기준으로 기업이 1위(58%)를 차지했다. 즉, 현재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낮지만 변화 주도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기업을 신뢰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헌하지 않는 것(67%)’이라고 답해,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기업이 사회적 이슈 해결에 동참할 때 임직원의 지지도 함께 증가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사회 공헌을 하고 있는 기업의 임직원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의 직원들보다 ‘자신의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83%)’고 답한 비율이 11%p 이상 높았고, ‘업무 수행에 동기부여가 된다(80%)’고 답한 비율도 25%p 이상 높았다.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는 최고경영자(CEO) 신뢰도 지표에서도 드러났다. CEO가 소득 불평등, 공공 정책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견해를 개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79%로 높게 나타났고, 한국의 CEO들은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장기적 가치 추구, 일자리 마련 등 사회적 공헌이 ‘부족하다’고 과반수 이상이 답했으며, 지나치게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다(68%)’. ‘로비에 치중한다(75%)’는 평가 비율도 매우 높았다.
장성빈 에델만 코리아 사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일반 대중의 영향력이 막강해졌다는 사실과 기업 CEO들이 대중의 신뢰를 향상 시키기 위해 단기적 이익추구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에델만 신뢰도 지표 조사는 전체 인구를 여론 주도층과 일반 대중으로 구분하여 진행됐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여론 주도층은 25세 이상 64세 이하의 대졸 이상의 학력 보유자로 가계소득이 상위 25%인 사람 중, 정기적으로 뉴스 미디어를 구독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전 세계 총 3만3000명이 이번 조사에 참여했으며, 한국에서는 여론 주도층 200명을 포함, 총 1150명이 참여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벤 보이드 에델만 프랙티스 및 섹터 총괄 사장의 ‘2016 에델만 신뢰도 지표 조사’ 발표에 이어 조승호 숭실대 교수의 발표가 진행됐으며, 이유나 한국외대 교수와 조삼섭 숙명여대 교수의 공동사회로 ‘신뢰와 기업 위기 관리’에 대한 토론회도 함께 진행됐다. 이 토론회에는 유현재 교수(서강대), 정원준 교수(수원대), 박노일 교수(차의과대), 최유진 교수(동국대), 홍문기 교수(한세대)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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