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식탁 위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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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0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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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캘시 티머먼 지음 | 문희경 옮김 | 부키 펴냄

[사진=부키(주)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 지난해부터 소위 '먹방'이 대세다. 가히 '남이 먹는 걸 보는 게 좋고, 남이 요리하는 걸 보는 것은 더 좋고, 남이 요리한 걸 따라하는 것은 제일 좋은 시대'라 할 만하다. 그런데 우리는 대체 무엇을 먹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은 어디에서 왔는가? 이런 질문에 답하지 않고 아니 이런 질문 자체를 할 생각도 못하고 먹어대고 있기만 한 것은 아닐까?

카를로 페트리니 국제슬로푸드협회장이 "농업은 이야기하지 않고 음식 포르노에 중독된 사람들은 농업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으면서 유기농이니 웰빙이니 하고 떠든다. 오로지 자기 입안에서 혀의 쾌락과 몸의 안전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 것을 한 번쯤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식탁 위의 세상: 나는 음식에서 삶을 배웠다'는 '나는 어디에서 먹는가?'라는 지리적 질문을 던지면 세계화된 식탁을 집요하게 파헤치 네 대륙(아프리카, 남미, 중국, 미국) 음식 탐사 르포이다. 저자인 켈시 티머먼(Kelsey Timmerman)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이자 세계화된 옷장에 대한 탐사 르포인 '나는 어디에서 입는가?'를 쓴 저널리스트이다. 그는 인류역사상 한 번도 중요한 문제가 아닌 적 없던 '먹고 입는' 문제의 근원을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파고드는 '탐험가'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1학년 학생들은 토요일 오전을 유기농 농장에서 보내야 한다. 주변의 밭에서 수확한 사탕수수와 유카로 돼지를 기른다. 돼지의 배설물을 모으고 대학 식당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와 섞어 퇴비를 만들어 밭에 뿌린다. 이렇게 생산된 먹거리는 다시 대학 식당으로 들어가 그들이 먹거나 닭과 소, 돼지에게 여물로 주고 키워서 잡아먹거나 시장에 내다판다. 심지어 학생들의 분변도 생물소화조에 넣어서 난로와 전등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든다.(본문 205~206쪽)" 

이처럼 저자는 우리가 음식에 대해, 정확히는 세상에 대해 잘 몰랐거나 알아도 모른 척했던 사실들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우리는 어떻게 값싼 바나나와 예쁜 토마토를 먹을 수 있게 됐는지, 음식 때문에 왜 병들고 죽거나 굶주리는 사람들이 생기는지 등 '음식이라는 렌즈'로 본 세상의 이면을 적은 묵시록이라고 할 수 있다.

'식탁 위의 세상'은 제목 그대로 인간이 욕망하는 음식에 역사·경제·정치·사회·문화를 버무린 풍성한 식탁이자, 더 나은 세상과 음식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정직한 식탁이기도 하다. 자, 이제 세상을 알고 먹어보자. 알고나면 입맛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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