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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문화재청이 '태평무' 보유자로 인정 예고한 양성옥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원 교수.[사진=문화재청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무형문화재 선정을 둘러싸고 또다시 잡음이 일고 있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보유자(인간문화재)로 양성옥(62)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원 교수를 인정 예고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양 씨는 1996년 5월 1일 태평무 전수교육조교로 선정된 이래 20년간 태평무의 보존·전승에 힘써 왔다"며 "장단변화에 따른 춤사위의 표현과 이해가 뛰어나고, 오랜 기간 전승활동을 통해 해당 종목에 대한 리더십과 교수능력을 잘 갖추고 있어 전승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인정 예고 배경을 설명했다.
태평무는 나라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축원하는 내용을 담은 춤으로 지난 1988년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로 지정됐다. 경기지역 무속에서 비롯된 춤과 음악을 바탕으로 하며, 다양한 발 디딤과 기교가 멋으로 꼽힌다.
◆ "스승 놔두고 제자를 '인간문화재'로 인정하는 것은 문제 있어"
문화재청의 이번 인정 예고에 대해 일부 무용계 인사들은 "도의를 저버리고 공정성·합리성을 잃은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문제 제기의 핵심은 양 교수의 스승 격인 이현자(80) 선생이 태평무 전수교육조교로 있다는 것과 양 교수가 속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인사들의 입김이 이번 인정 예고에 작용했다는 의혹에 있다.
이현자 여사는 태평무 명예보유자로 지난달 21일 향년 91세로 타계한 강선영 명인의 제자이자, 양 교수에게 태평무를 이수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런 사제 관계의 특성 등을 고려해 문화재청은 지난달 27일 이 여사에게 '양 교수가 태평무 보유자로 인정 예고됐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는 등 예의를 갖추기도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전수교육조교가 있는 상황에서 (후배격인)다른 사람을 보유자로 선정하는 게 어색할 수는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될 부분은 사전에 철저히 배제했고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친 만큼 이번 인정 예고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전승 체계는 '보유자(인간문화재)-보유자 후보(준보유자)-전수교육조교-이수자-전수자'의 순으로 돼있다. 해당 무형문화재의 최고 권위자가 보유자가 되며, 전수교육조교는 보유자의 제자들 중 해당 분야의 전통성을 잘 계승하고 있다고 평가된 이들이다. 이수자는 보유자와 전수교육조교로부터 3년 이상의 이수를 한 뒤 이수시험을 통과해야 될 수 있다.
무용계에서는 인간문화재를 공모를 통해 지정하는 현재의 제도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무형문화재의 특성상 전수는 도제식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공모제로 전승 체계를 지탱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것이다. 보유자 심사 경험이 있는 한 무용계 인사는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유자 심사 과정에 해당 무형문화재에 전문성이 없거나 현저히 부족한 사람들이 일부 참여하는 경우들이 있다. 또 이수자들이 인간문화재 후보자들을 심사하는 '아이로니컬'한 경우도 발생한다"며 현 공모제에 문제를 제기했다.
◆ 잇따른 무형문화재 선정 논란, 준인간문화제 부활·원로 명예보유자 지정 등 보완 필요
문화재청의 보유자 선정 과정·결과에는 늘 의혹·비방·논란이 따라붙는다.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문화재청은 살풀이춤(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승무(제27호)·태평무 보유자 선정 심사를 진행했다. 당시 태평무는 27년, 살풀이춤은 25년, 승무는 15년 동안 인간문화재가 배출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무용계는 오랜만에 나올 인간문화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기대하면서도 온갖 '내정설' '로비설' 등에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상태였다. 거기에다 인간문화가 선정되기도 전에 조사(심사)위원 명단이 외부에 알려지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결국 살풀이춤과 승무는 보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무용계의 한 원로인사는 "태평무 뿐만 아니라 승무와 살풀이 부문에도 심사위원들 대부분이 우열 점수를 가려 심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적격자가 없다'는 의견을 표명한 심사위원이 별로 없음에도 이번에 태평무 보유자만 인정 예고한 것은 선뜻 이해가 안 된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잇따른 무형문화재 선정 잡음에 무용계 일각에서는 "준인간문화재 제도를 부활하고, 무용계 원로를 명예보유자로 하는 등 현재의 공모를 통한 선정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2011년 전승 체계를 포함한 무형문화재 제도의 경직성을 개선하기 위해 공모제도를 도입했다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을 볼 때 득보단 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보유자들 대부분이 고령인 만큼 전승 체계의 공백이 오래 지속되지 않도록 문화재청이 보유자를 서둘러 선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문화재청은 30일간 인정 예고를 공고한 후 의견을 수렴해 별다른 이의가 없으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해 양성옥 교수에 대한 태평무 보유자 인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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