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스봇은 지난 2013년 9월 미국 유명 크라우드 펀딩사이트 킥스타터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단 45일만에 전 세계 4670명으로부터 56만 달러(약 6억7000만원)의 투자금을 모집했다. 목표치인 1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것은 물론, 2013년 킥스타터 모금액 기준 14위, 아시아 스타트업으로는 최대 투자금을 모집하는 신기록도 세웠다.
플렉스봇을 만든 주인공은 플렉스(Flex)라는 중국 신생 기업이다. 2012년 구이저우성 구이양 시골 촌뜨기 청년 랴오진화(廖金華)와 위촨(喩川) 등 3명의 중국인이 의기투합한 이후 인도인, 미국인 등 다양한 외국인을 초창기 멤버로 포섭하며 모두 6명의 ‘다국적 부대’를 이뤘다.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인공지능 전문가, 해커, 교수 등 출신도 다양하다.
그래서 플렉스는 그 어느 기업보다 '개방·포용·글로벌 DNA'를 자랑한다. ‘융통성’을 뜻하는 영어단어 플렉스가 회사명으로 잘 어울리는 이유다. 사실 처음부터 플렉스는 아니었다. 킥스타터에 무인기를 공개할 당시 이름은 '헥스(HEX)'였다. 육각형 모양의 기체에서 힌트를 얻어 숫자 ‘6’을 의미하는 영어 접두사 HEX를 기업명으로 정한 것. 하지만 이후 미국 유명 완구업체 이름(HEXBUG)와 비슷해 논란이 일면서 바꾸게 됐다. 플렉스란 이름도 소비자들이 직접 추첨을 통해 지어준 이름이다.
플렉스의 획기적인 생산방식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창업엑셀러레이터 'HAXLR8r'의 러브콜은 물론 실리콘밸리 SOS벤처의 엔젤투자금도 받았다. 플렉스는 그렇게 2013년 1월부터 111일간 전문 창업엑셀러레이터 지원을 받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키웠다.
플렉스는 이제 중국 유명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다. 지난 해 초엔 중국 국영중앙(CC)TV 저녁 7시(현지 시간)뉴스에서 ‘꿈을 날리다’는 주제로 소개됐다. 앞서 2014년엔 트위터, 시리(Siri) 등 유수 벤처기업을 발굴한 미국 스타트업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 중국 기업 최초로 초청되는 영광도 안았다.
플렉스의 활발한 행보는 IT·빅데이터 등 신흥전략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구이저우성 정부의 눈에도 띄었다. 플렉스는 지난 2014년 구이저우성 과기청으로부터 200만 위안(약 3억6500만원)의 창업자금 지원도 받는 등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받고 있다. 구이양 시는 플렉스를 등에 업고 국가급신구 '구이양신구'에 청년 창업인을 한데 모은 중국 서부 지역 최초의 대중창업단지도 건설 중이다.
플렉스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제품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바로 스마트 전동바퀴 ‘플렉스PV’다. 무게 1.4kg짜리의 조그만 바퀴를 킥보드, 자전거 등 기존의 탈 것에 달기만 하면 1시간에 25km 주행이 가능해지는 스마트 퍼스널 모빌리티로 변신이 가능해진다. 플렉스PV는 글로벌 타이어 제조업체 미쉐린 주최 친환경자동차 경연대회 ‘미쉐린 챌린지 비벤덤’에서 1등의 영광도 안았다.
플렉스PV의 최대 특징은 3D 프린터 생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소셜제조업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는 것. 신제품 설계도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해 누구나 제품 개발 전 과정에 참여해 함께 공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생산하는 방식이다. 플렉스는 이처럼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제조업에 도입해 중국 제조업의 미래를 열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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