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자를 배신해서는 안된다고 마음을 다잡는 미나에게 드라큘라는 너의 운명은 나라고, 함께 영원을 살자고 포효한다. 미나를 둘러싸고 드라큘라와 조나단, 드라큘라에게 운명의 연인을 빼앗겨 복수에 혈안이 된 반헬싱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지킬 앤 하이드'로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을 맡아 2004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국내에서는 2014년 초연 이후 2년 만에 부활이다. 타이틀롤은 김준수와 박은석이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오르는데, 두 배우 모두 초연 당시에도 '드라큘라'로 살았다.
서정적인 멜로디를 극적으로 전개해 단번에 귀를 사로잡는 프랭크 와일드혼 표 음악이나 9개의 기둥이 턴테이블 무대와 함께 휘몰아치듯 회전하는, 국내 최초 4중 턴테이블은 초연에서 봤던 것임에도 여전히 경이롭다. 운명을 거부하지 못해 흡혈귀가 되기로 자처한 미나와 그녀가 자신처럼 사는 것이 두려워진 드라큘라의 피 끓는 애절함은 초연보다 배가됐다.
하지만 박은석은 초연 때부터 묵묵히 드라큘라의 광기를 뿜어냈다. 김준수의 드라큘라가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라면 박은석의 그것은 사납고 권위적이다. 김준수는 섬세하고 날카롭게 가슴을 찌르고, 박은석은 투박하고 뭉툭하게 가슴을 친다. 김준수와 전혀 다른 색을 내고, 김준수만큼 매력적이다. 혹, 김준수의 공연이 매진됐다고 절망말길. 박은석의 '드라큘라'는 꿩 대신 닭이 아니라 김준수 만큼 매력적인 뀡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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