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시장이 바닥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벌크선의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400포인트가 붕괴된 뒤, 300포인트마저 위협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기준 BDI지수는 317로 역대 최저 수준을 갈아치웠다.
고점이던 2008년 5월의 BDI지수는 1만1793포인트였다. 해운선사들은 BDI지수가 최소한 1000포인트는 돼야 적자는 면한다고 말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컨테이너선 운임인 상하이발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591로 지난해의 절반에 그친 상태다.
이같은 벌크시황 약세는 선복량 등 공급과잉이 누적된 상황에서, 수요까지 부진해 사상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발 수요 급감은 운임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즉 BDI지수가 높다면 '경기 활성화', 낮다면 '경기 부진'을 의미한다. 현재는 글로벌 경기둔화가 글로벌 해운시장을 잠식중이다.
글로벌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중국의 경기둔화가 해운 업종에 적지않은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해운업종은 선박과잉과 운임률 하락, 금융비용 부담에 직면한 만큼, 소규모 해운사의 파산과 합병을 가져올 것으로 진단했다.
글로벌 해운시장이 부진에 빠지며 국내 해운사들은 자산매각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다. 특히 국적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자산 매각 등으로 각각 122.9%, 89.2%의 자구안 이행률을 기록 중이다.
한진해운은 벌크 전용선 사업부를 매각하고,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 지분을 IBK투자증권과 한국투자파트너스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등 고강도 자구안을 이행했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등 금융 3사에 대한 공개매각과 함께 벌크전용선사업부·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등 추가 자산매각도 진행한다. 또 현정은 회장은 300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하는 등 강도높은 자구안을 내놓은 상태다.
현대상선은 고강도 유동성 확충 노력과 함께 수익성 향상을 위한 체질개선 노력도 병행 추진한다. 특히 수익성 저하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된 용선료에 대해 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국내 해운사들의 이같은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더욱 가혹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산업별 구조조정 추진현황과 향후계획’을 보면 알 수 있다. 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1조4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해 해운산업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알렸다.
이를 통해 신규로 건조하는 선박에 대해 BBC(나용선)방식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조정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현재 부채비율이 700~800%대를 기록중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바라보는 정부의 지원안은 ‘그림의 떡’인 셈이다.
반대로 다른 나라 정부의 경우, 실질적인 금융지원을 통해 해운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덴마크는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에 수출신용기금 5억2000만달러를 지원했다. 독일은 국적선사 하팍로이드에 정부가 18억달러 지급보증을 서고, 함부르크시에서 7억5000만유로의 현금을 지원했다.
프랑스는 세계 2위 국적선사 CMA-CGM에 5억달러를, 또 국부펀드를 통해 1억5000만달러를 지원했다.
해운업계는 정부가 조선업계 지원에만 몰입하지 말고, 공평한 잣대로 지원안을 만들어 주길 원하고 있다. 조선산업의 경우 고용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각 지역구 의원들이 표심을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을 요구해 왔다.
반면 해운산업의 경우, 특정지역에 연고를 두지 않아 정치권 지원이 크지 않다고 말한다. 즉 빽이 없다보니 지원안은 커녕 채찍질만 당한다는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산업은 우리나라의 전략산업이며, 수출입 물량의 대부분을 담당한다”며 “구조조정도 중요한 문제지만, 글로벌 해운산업의 경쟁력이 치열해지는 만큼 국내 해운업체도 체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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